‘제2의 검은 9월단’ 憂慮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7-07 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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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미국이 ‘이라크 자유’(Iraq Freedom)라는 이름의 작전으로 시작한 ‘미국-이라크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극소수 테러분자들의 만행’이 아니라 미국-영국이 ‘해방’시켜 준 이라크 민중들의 무장봉기로 이라크의 도시들이 속속 저항군에 의해 함락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의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대이라크 전쟁의 결정적 명분으로 전세계에 내세운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정보가 부실한 것 같다는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미국 내에서조차 철군 여론이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정계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故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마당에 올림픽 참가사상 최초로 테러 위협에 전전긍긍하는 국가임을 정부가 스스로 시인,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오는 8월 열리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하는 우리나라가 미-영과 함께 테러집단의 주된 공격목표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 그리스 정부에 대해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해 미-영에 준하는 최고의 경호를 요청키로 했다고 한다.

    즉 정부는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정한 `안전위협평가’ 5개 등급 가운데 한국선수단에 대한 등급을 `중(medium)’에서 미국, 영국 등과 같은 `고(high)’로 상향조정해 줄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펼쳐질 한국 홍보행사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좋게 보자면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후 동일한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테러의 위협에 노출됐는가를 정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이라크에 한국군을 기어이 파병해야 하는가.

    파병으로 인해 예상되는 유혈은 한국민을 위한 것도, 미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다.

    물론 한국군의 파병을 원치 않는 이라크 국민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직 부시를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파병 규모와 성격에 대한 재고를 넘어서 파병 자체를 유보, 거부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새로 구성된 17대 국회는 급변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정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일방주의의 붕괴라는 세계사적 정세 변화에 비상한 용기와 지혜로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제2의 검은 9월단’ 사건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며, 그 어느 나라 국민도 원치 않는 이라크파병을 철회해 주기를 정부당국에 간곡히 요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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