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시장의 수수께끼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4-08-02 1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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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개편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첩보수준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조선·중앙·동아 3사의 경영수익이 향상되고 경품비용 500억원이 절약되지만 20% 이상 구독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거다.

    구독자 수가 무려 20% 이상 감소하는 데도 경영수익은 오히려 향상된다고?

    신문독자, 즉 고객(구독자를 단순 고객에 비유하는 것은 대단히 실례되는 일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이 줄어드는데도 경영수익이 향상된다면 이는 분명히 경제일반법칙에 반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이런 전망도 내놓았다.

    종교계의 지원을 받는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현대그룹의 지원을 받는 문화일보는 생존하지만 경영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국·경향·한겨레·서울신문은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거다.

    사실 국민·세계·문화의 생존은 말이 좋아 생존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을 생존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이들 신문의 생존을 ‘산소마스크를 낀 식물인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소마스크를 떼는 순간, 즉 종교계나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이 끊어지는 순간 그들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거다.

    한국일보 등 다른 마이너그룹 신문들은 그나마 이런 지원도 기대할 수 없으니 어찌 생존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생존한다면 그것 자체가 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한국일보 직원들은 자신의 급여를 10%~50%까지 깎는데 합의한 상태다.

    그런데도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매년 20억원에서 30억원정도의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는 한겨레신문도 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경향이나 서울신문도 이들의 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언론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소위 ‘조중동’의 독자가 20% 감소한다면, 그만큼 다른 신문의 독자가 늘어날 것인데 어찌해서 이처럼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객이 늘면 신문시장은 손해를 본다. 심지어 독자 1명이 증가할 때마다 월 1만원씩 손해를 본다는 말도 있다.

    사실 신문 1부당 500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모르긴 몰라도 종이 값만 해도 그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자전거 신문’이니 ‘전화기 신문’이니 하는 말이 나돌 만큼 경품을 어마어마하게 뿌려대면서 독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자를 확보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점이 수수께끼다.

    수수께끼가 존재하는 신문시장이라면 이는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언론개혁의 시작이자 완성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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