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때늦은 苦心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9-12 18: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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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재산세 인하 경쟁에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로부터 불기 시작한 재산세 인하 바람은 이미 서울권을 넘어 경기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서구의회는 지난 10일 임시회를 열어 의원발의로 상정된 `재산세율 20% 소급 감면안’을 심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지금까지 재산세를 인하했거나 제산세 과세일인 6월1일 이후 재산세 소급 인하 조례안을 통과시킨 곳은 강남, 서초, 송파, 양천, 중구 등 모두 14곳으로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달 30일 재산세 소급 인하 조례안을 통과시킨 성남시를 비롯, 안양시 등 각 지자체에서 재산세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바람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당초 정부는 건물분 재산세 산정방법을 면적기준에서 ‘시가’ 개념이 반영된 국세청 기준시가에 의한 가감산 방식으로 바꾸었다. 아파트 평수가 같다고 해서 서울 강남이나 지방 소도시 아파트에 동일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서울 강남구가 ‘재산세 감면’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 놓으면서 재산세 감면 도미노 파동이 발생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의하면 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재산세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십분 악용한 것이다.

    사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보유세 강화’ 세제개편 방향은 옳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반발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편승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 정상화와 안정적 재정 확보를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러자면 서로가 함께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다함께 관악산 정상에 가면 마음대로 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올라가는 와중에 중간 정도 와서 강남구가 ‘마음대로 해야겠다’며 정상에 못 가겠다고 버틴 것이다. 다른 구청들이 ‘강남구가 대열에서 이탈해서 잘 노는데, 내가 왜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열이 사분오열돼 정상에 못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당시 강남구의 이탈에 대해 서울시는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상징적으로 얼마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강남구의 이탈에 형식적으로 대응하다가 결국 ‘강남은 깎아주는데 우리 자치구는 뭐하냐’는 민원 때문에 이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사실상 서울시가 이런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제 와서 뒤늦게 재산세 소급감면 법적대응을 고심하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다.

    방치시 ‘과세행정 혼란’이 우려되고, 패소시 ‘행정권위 추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강남구가 도중에 주저앉을 때, 시가 좀더 단호하게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터인데.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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