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특위 ‘제식구 감싸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9-22 19: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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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엊그제 필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혁재 박사가 대표로 있는 ‘NEWS포럼’에 참석했다가 사람 난자를 이용,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길을 연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인간배아줄기 세포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을 비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척수신경이 마비된 8살짜리 친구에게 지금 우리가 연구 중인 인간배아줄기 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약속이 과연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가요?”

    참으로 간단히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는 이 문제로 인해 무척 고심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정작 윤리문제로 고심해야할 국회는 어떠한가.

    지난 1991년 국회법에 따라 설치된 윤리특위는 말이 특위지 사실상 상설 위원회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지금까지 의원 징계를 결정한 일은 한번도 없다. 회의장에서 의원간에 주먹다짐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차별 `폭로’하고, 불법 자금을 받은 비리혐의로 구속돼도 윤리위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다.

    17대 국회 와서는 뭔가 좀 달라지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여야 각당 모두가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과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의 `윤리심사’ 결정은 너무나 한심했다. 22일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징계안 상정이 아닌, 있으나마나한 윤리심사 대상으로 회부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폭행사실을 사과한 만큼 정상을 참작해달라는 주장도 한심하거니와 의원 신분이 아니었던 16대 국회 시절의 일이므로 국회 윤리위의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과거 차떼기로 돈받은 의원들에 대해서도 윤리위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형평성’ 위배 항변은 한심하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니 형평성을 주장할 게 따로 있지 이게 가당키나 한 항변인가.

    의원 신분을 망각한 범죄적 행위에 대해 국회가 징계하지 못한다면 이 국회가 과연 민의의 전당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이 오죽하면, “농림부 차관은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옷을 벗었는데 만취한 골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폭행을 행사한 의원과 거액의 뇌물을 받은 의원을 징계하지 못한다면 윤리특위는 무엇하러 만들었느냐”고 힐난했겠는가.
    윤리특위자체가 기본 윤리를 지키지 못한채 범죄자의 동료감싸기와 동일한 작태를 보인다면 윤리특위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낳을는지도 모른다.
    황우석 박사는 불필요한 윤리 논쟁으로 인해 고심하는데, 정작 국회는 필요한 윤리논쟁마저도 외면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정말 어찌되려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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