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조세정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0-17 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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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재산세 소급인하에 대해 법적 대응을 천명해 온 서울시가 지난 15일 느닷없이 정책회의라는 것을 열더니만 그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고 말았다.

    인근 광역지자체인 경기도 역시 구리시의회의 재산세 소급감면 조례개정에 대해 제소를 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하고 말았다.

    재산세는 자치구의 고유한 재원으로 구청장에게 과세권이 있는 세목이기 때문에 시가 재의를 요구했음에도 재의결까지 한 자치구 의회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의 이 같은 방침은 일부 계층의 부당한 조세저항에 굴복, 부동산 투기억제와 조세형평성 제고라는 사회·경제적 정의에 역행하는 조치로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재산세의 소급감면을 추진하지 않은 다른 자치구와 시·군의 주민들만 손해를 보는 꼴이 되고 말았지 않았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탄력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종토세마저 자치구의 요청으로 소급감면을 검토중이라는 서울시의 발표다.

    사실 종토세가 대폭 오른 것은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가 뉴타운 개발대상으로 발표한 지역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덩달아 지가를 반영한 종토세가 올랐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물론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들도 태반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이런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고, 그 재원이 서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조세행정을 펼치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 상수도 사용료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미 대중교통요금도 서민들의 허리가 휠만큼 많이 오른 상태다. 지자체는 마땅히 이들 서민층의 고충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기도는 땅값이 올라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자들의 세금은 터무니 없는 방식으로 대폭 깎아 주면서,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공공요금은 이처럼 대폭 인상하고 있으니, 이것을 과연 올바른 조세행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조세행정은 결코 민선 단체장 시대의 바른 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재산세 인상은 ‘강남, 서초에 사는 부자 때려잡기’가 아니다.

    강남-북간, 혹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심한 조세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민사회의 공통된 합의다.

    이런 시민합의를 외면하고, 특정 기득권자들과 영합하는 지자체의 조세행정이야말로 계층간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주범 아니겠는가.

    따라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당초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공평조세 정의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단체장은 한마디로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자는 수작이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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