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1-08 19: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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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말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참으로 걱정이다.
    정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총파업과 파업찬반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천봉쇄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공노가 예정대로 오늘 투표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양측의 충돌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 같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6일 밤부터 찬반투표를 미리 실시했다는 첩보가 입수된 전공노 지부 5곳을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7일에도 전공노 경기 포천지부를 압수수색하는가 하면, 서울 강서지부장 등 관계자에 대해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노동부와 검찰도 8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를 엄단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전공노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출두를 거부, 한 치의 양보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전공노는 같은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면서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총파업 투표와 15일 총파업 투쟁을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나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야말로 노-정(勞-政)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아슬아슬하기가 그지없다.
    여기에 과연 브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정부측의 주장이나 전공노측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런데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마치 국민의 생각인 것처럼 확신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측의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8일 “공무원에 대한 파업권 제한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며, 일부 공무원 노동단체의 위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국민 대다수가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김 장관의 말처럼 정부가 공무원 파업권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물은 적이나 있었던가?

    필자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전공노도 마찬가지다.

    파업찬반투표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공무원들이 대국민 홍보전에 나섰으나, 아직 국민들은 정확한 내막을 잘 모르고 있다. 국민들은 단지 노정 갈등양상이 사회분열을 초래하고, 그 여파가 경제에 끼칠 영향 등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노-정(勞-政)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태롭게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한숨 돌리는 여유로움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전공노의 대화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전공노는 성명서 등을 통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 모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전공노의 요구처럼 대화로 매듭을 풀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와 전공노는 지금 즉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에 제동을 걸어주기 바란다. 아울러 기관차가 탈선할 경우, 기관사들만 다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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