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진보하는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1-10 19: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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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지금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단순히 창당 1년 만에 미니여당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갖춘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탈바꿈했다는 점만 생각한다면 열린우리당은 일단 창당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도 좌우를 오락가락 하느라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가 하면, 곳곳에서 의사결정구조의 취약성과 리더십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은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받는 의원들이 늘고 있어 언제 원내 과반선이 무너질지 알 수 없을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됐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우선 언론개혁법 등 4대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애를 쓰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면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 같은 데, 기업도시특별법 등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이런 모습은 정책일관성 없이 그저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정도의 지지율이라도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정말 웃기는 것은 그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의 우리당 지지율은 2위인 한나라당 보다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내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월별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6.8%로 10월 여론조사 때보다 3.3%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우리당은 10월 조사 때보다 2.7%포인트가 높아진 27.1%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에 1위를 내준 지난 8월 이래 석달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고 한다.

    그것도 서울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34.5%에서 23.7%로 10.8%포인트나 급락한 반면에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지난달의 21.6%에서 25.9%로 4.3%가량 높아졌다고 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처럼 죽을 쑤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도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다는 말인가. 불행하게도 그렇다.

    이번에 여론조사를 주도한 한길리서치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서울의 지지도 하락의 1차적 원인은 비합리적 보수세력의 맹렬한 활동에 기인한 바 크며, 이들 일부 보수세력의 비합리적 주장을 한나라당이 은근히 즐긴 것이 결국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 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11.8%에서 16.7%로 높아진 것이 그 단적인 반증이라 할 것이다.

    역사는 진보하는 데 한나라당은 오히려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나 아닌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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