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조례 폐지해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1-14 19: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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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서울시는 최근 극우단체의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에 대해 “잔디훼손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서울시는 지난 13일 오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서는 “불법 폭력행위로 164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최측인 전국민중연대를 공공시설물 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내기로 했다고 한다.

    극우단체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진보단체에게는 책임을 묻겠다?

    그렇다면, 서울광장은 극우단체의 소유라는 얘기인가.

    아니면, 그들 극우단체의 비호를 받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 개인의 것이란 말인가.

    둘 다 틀렸다. 서울광장의 주인은 서울시민이다.

    따라서 잔디훼손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면, 그것이 극우단체든, 진보단체든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옳다.

    사실 서울광장 운영과 관련, 서울시의 불공정한 잣대는 이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광장 개장 한달만에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등 8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가 서울시에 광장 사용승인을 요청했으나, 시는 당시 “서울광장에서 정치적 성격의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었다.

    그러던 서울시가 극우단체의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게 사용을 승인해주고 말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서울시 업적으로 선전하는 서울 페스티발은 적극 지원하더니 같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노숙자에 대한 의료지원비 삭감에 항의하는 문화제를 주최한 노숙자와 자원봉사자에 대해 서울시는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서울시가 제 입맛대로 집회를 골라 사용을 허용하거나 불허함으로써 서울광장이 특정세력의 안마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실제로 지난 9월말까지 서울시가 허가한 81건의 행사 중 3건의 정치행사는 모두 극우단체들이 독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광장을 이명박 시장 개인 소유인 것으로 착각한데서 기인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광장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시민이다.

    사실 광장이 왜 필요한 것인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광장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서울시는 광장을 마치 무슨 공원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광장에 잔디를 깔았다고 해서 그것이 공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광장에 잔디를 깐다는 발상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시장은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즉시 진행해야만 한다.

    이런 차원에서 소위 ‘꼬마집시법’이라고 불리는 ‘서울광장조례’의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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