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와 지방자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1-29 18: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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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지방자치 시대에 행정자치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실 별로 없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행자부를 있으나 마나한 부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은 필자의 오판이었다. 행자부는 그저 있으나 마나한 부처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존재로 인해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행자부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부처가 아니라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부처라는 말이다.

    실제로 서울 구청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필자의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었다. 단지 관례상 행자부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분들이 태반이라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행자부가 이처럼 구청장들로부터 백해무익한 부처라고 낙인찍힌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행자부가 지방자치제도의 참뜻을 왜곡시키고 주민참여자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구청장의 권한인데도 행자부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파면·해임 등 징계조치 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보냄으로서 그 권한을 침해하고 말았다. 그것도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주지 않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반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를 부정하는 폼이 마치 임명구청장을 대하는 것처럼 안하무인이다.

    최근 행자부가 지방공무원조례개정 표준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한 것만 해도 그렇다.

    이는 지방자체와 지방의회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 지방자치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방공무원조례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다. 표준안이니 뭐니 하면서 행자부가 간섭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행자부는 주민투표제와 관련,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하는 주민의 수를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20분의1~5분의1 범위 내에서 하도록 했는가 하면, 지방의회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자치단체장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각 지자체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청구요건이 까다로워서야 어느 누가 주민투표를 청구 할 수 있겠는가. 이는 한마디로 주민투표를 청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행자부의 권고안은 주민참여자치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행자부의 ‘지침’이니 ‘표준안’이니 ‘권고안’이니 하는 것들을 보면, 매사가 이 모양이다. 행자부 윗선 관료들은 여전히 임명구청장 시절의 향수에 젖어 지방자치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구청장들이 그 같은 지침을 따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금은 민선 구청장시대다. 침묵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아닌 것은 소신껏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구청장들의 용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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