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실현 의지 있기나 한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2-07 19: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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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주민자치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국회 행자위 소속의원들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주민소송제를 결정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조항을 어떻게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고 그렇게 쉽게 여야가 합의해 버릴 수 있는지 그들의 배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민소송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약속했던 분권자치 공약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몰라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만큼은 이 약속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옳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행자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신이 다루는 주민소송 법안이 분권자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시민참여 수단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이 행동하고 말았다.

    도대체 열린우리당이 약속했던 분권자치 공약 중 무엇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의 지적처럼 주민소송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말만 무성했지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지 않는가.

    말이야 바른말이지 주민감사청구 시한을 5년에서 2년으로 제한하는데 여야가 합의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비리나 예산낭비를 밝히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제출한 주민소송제 도입안조차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마당이다. 우선 감사청구전치주의를 두어 먼저 주민감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직접 주민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또 설사 이 절차를 거쳤다하더라도 비리의 당사자(비리공직자 또는 위법부당한 행위로 예산을 낭비한 업체 등)를 상대로 직접 주민소송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단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비리의 당사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것을 강제하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 즉 간접소송만 가능토록 하고 있으니 거쳐야 할 절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는 요건도 까다로와 주민 100~300의 집단서명을 받아야만 가능토록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행자위는 이것을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개악하려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행자위는 그나마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를 수용,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 시한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 것마저 다시 후퇴시키고 말았다.

    그들은 나아가 주민감사청구 인원수도 확대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주민소송제라면 과연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치혁신을 위한 주민참여제도가 ‘차 떼고 포 떼는’식으로 무력화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분권자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주민참여를 위한 문호가 보다 ‘활짝’ 열려야만 한다. 따라서 행자위는 청구인수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감사청구 전치주의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옳았다.

    그렇지 않은 행자위 의원들은 과연 주민자치 실현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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