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도둑놈 심보’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12-27 2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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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국회의원들 스스로 ‘불법 정치자금 소급금지 조항’을 부활시킨 것은 ‘도둑놈 심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를 바 없기에 실망이 크다.

    실제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이전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소급적용 금지를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부칙조항을 삭제한 조세심사소위의 결정을 뒤집고 다시 부칙조항을 넣기로 결정하고 말았다.

    그것도 안건을 표결에 부친결과 출석의원 22명 가운데 무려 1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하니, 그 뻔뻔함에 그저 혀를 내둘릴 지경이다.

    과거 불법자금에 대한 과세를 거부하는 정치권이 아무리 뼈를 깎는 반성을 운운한들 이제 누가 그 진심을 믿어주겠는가.

    17대 국회는 개원과 동시에 국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개원 초 정치권은 17대 국회를 상생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며 국회개혁에 대한 의견들을 앞 다투어 내놓았다. 하지만 과거 대선자금의 과세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부칙을 끼워 넣는 17대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개혁은 말 뿐이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여야 정치권이 야합해 대선자금 등 과거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합법적인 ‘면죄부’를 준 것으로 더 이상 정치권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국민 대중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대국민 불신이 이처럼 심화되는 일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여당은 “소수 여당의 한계”를 운운하면서 “개혁을 하고 싶어도 힘이 없어 할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순진한 국민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주어 여당을 원내 제1당, 그것도 과반의석을 점유한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열린우리당은 여·야 합의를 운운하면서 ‘4인대표회담’이라는 이상한 자리를 만들고 국보법 연내 폐지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더니, 급기야는 ‘불법 정치자금 소급금지 조항’을 부활시키는 등 반개혁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물론 한나라당의 책임은 더욱 크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면, 당연히 이 법안의 통과를 독려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앞장서서 ‘면죄부’를 부여했으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그동안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얘기해온 반성과 참회의 목소리는 모두 빈말이요, 거짓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 아니겠는가.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16대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를 했던 유권자들은 이제 17대 국회의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고약한 ‘도둑놈 심보’를 버리지 못하는 한, 바로 당신이 그 ‘물갈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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