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의 이상한 우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3-17 2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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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강남구는 50억원이 넘는 공사를 공개입찰조차 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겨줬다고 한다.

    그것도 단순히 시공만 넘긴 것이 아니라 아예 건축설계부터 감리까지 모든 분야를 특정인 한 사람에게 통째로 넘겨줬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남구의회 박춘호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특정인은 강남구의 삼성문화회관을 설계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당초 회관을 설계하면서 주차면을 12면으로 하고 이 정도면 법정대수로 충족하다고 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125대가 예상된다고 이를 뒤집어 버렸다.

    그저 한두대나 십여대 정도의 차이라면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겠거니’ 하면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12대와 125대는 너무나 엄청난 차이가 아닌가. 이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왜 이처럼 갑자기 주차예상 대수를 바꾼 것일까. 알고 보니 이렇다.

    그 특정인은 자신이 설계한 회관 건너편에 있는 부지 303평을 부랴부랴 매입했다. 그리고는 박 의원의 말처럼 채 잉크도 마르기 전인 불과 10일 만에 강남구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로부터 월 1500만원이라는 막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부지를 임차해 줬다.

    물론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강남구와 그 특정인은 아주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우기기에는 너무 희한하지 않는가. 그런데 특혜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하 3층 지상 3층의 주차장 건물 4, 5층에 특정인으로 하여금 근린상가를 짓도록 또 특혜를 줬다고 한다. 그 근린상가는 강남구의 소유가 아니라 특정인의 소유가 됨은 두 말할 나위조차 없다. 물론 구유재산심의 당시에는 없던 일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구와 특정인 사이에 건축비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강남구와 특정인은 건물평수에 비례해 건축비를 분담토록 했다. 얼핏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차장은 내부 시설을 하지 않는다. 냉·난방시설도 없다. 그저 외관 골격만 유지되면 그뿐이다. 바닥을 연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린상가 시설은 내부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냉·난방 시설도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바닥도 아름답게 연마돼야 한다.

    주차장 건축비용과 근린상가 건축비용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그런데 이를 동일하게 산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특정인에게 어마어마한 특혜를 준 셈이 된다. 강남구 주민들의 혈세로 그 특정인의 배를 부르게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 건축도 강남구청이나 도시관리공단에서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특정인이 시공사를 선정하고, 또 시공사는 하청공사를 주어 건축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특정인이라는 사람은 강남구에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2동 문화복지회관을 설계한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수서체육관 설계에 응모해 지금은 휴지가 되어버린 설계도면지 값으로 15억원의 예산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에도 강남구 청담1동 노인정의 설계와 감리를 맡고 있는 업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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