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라인뉴스’ 살려야 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3-24 2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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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KBS가 결국 ‘시사투나잇’의 ‘헤딩라인뉴스’ 폐지를 결정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지난 18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3월15일자 ‘시사투나잇’의 ‘시사패러디 헤딩라인뉴스’와 관련 KBS를 항의 방문했으며, 그 자리에서 정연주 사장은 해당 내용에 대해 사과하고 코너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물론 정 사장은 정치권의 문제제기에 신속히 대응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뜻을 가지고 이같이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풍자는 풍자고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이다. 정치권이 항의한다고 해서 이 같은 사실이 일시에 뒤집어질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태도는 옳지 않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풍자극 ‘환생경제’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지독히 원색적이고 듣기에도 민망한 성적인 욕설을 대사로 사용한 일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풍자는 풍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지 않았던가. 물론 필자 역시 본란을 통해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을 지지했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왜 갑자기 패러디를 가지고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안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자신들 주장의 편협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물론 재빠르게 ‘헤딩라인뉴스’ 폐지를 결정한 KBS의 잘못은 더 크다.

    왜냐하면 패러디를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쁜가의 여부는 논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패러디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기분 나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제3자인 언론 수용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헤딩라인뉴스’의 애청자다.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어쩌면 시민일보의 만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음란하다거나 성적비하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처럼 조급하게 폐지를 결정한 것은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우리 민족은 유머와 해학이 풍부한 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성정 속에는 선천적으로 해학성이 내재돼 있다고 한다. ‘해학’이란 게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익살스러우면서 풍자적인 말이나 짓’이라고 한다. 판소리 ‘춘향가’에도 해학이 담겨 있다.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 음란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정신 나간 사람일 것이다.

    ‘헤딩라인뉴스’도 그런 범주에 놓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만일 KBS가 끝내 ‘헤딩라인뉴스’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이는 소위 ‘보도지침’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암울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언론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KBS는 ‘헤딩라인뉴스’폐지결정을 철회하고 이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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