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기고 / 시민일보 / 2005-04-03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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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혁 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ILINK:1} 최근 몇 달 사이에 고위공직자들이 잇달아 도덕성 문제로 물러났다. 당황한 정치권에서는 인사청문회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는 헌법에 국회의 인준이나 추천을 받도록 되어 있는 공직과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총장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인사청문회 확대 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야당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으로 더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업무수행 능력, 도덕적 권위, 시대상황 변화와 사회집단 현상에 대한 정책 조망력 등을 취임에 앞서 사전 검증함으로써 인선 자체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승인을 얻기 위한 제도이다.

    인사청문회가 없을 때에는 고위공직자의 임명이나 선출 이전에 직무수행 능력이나 도덕성을 사전에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오로지 임명권자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뤄진 인사는 부적절한 경우도 많았고 부작용도 많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바로 인사청문회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 장치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한 국회의 인준권한은 대통령의 고유한 임명권한과 대등한 가치를 갖는다.

    국회의 인준을 받을 필요가 없는 다른 임명직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도 국회의 검증을 거치는 것은 인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사권의 남용이나 인사권자의 실수를 막는 좋은 절차이다.

    인사청문회가 국민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 두 명의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였다.

    아들의 미국국적 문제, 부동산투기 의혹, 아파트등기 문제, 학력기재 문제, 탈세 의혹, 위장전입 등 도덕성의 흠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두 사람은 국회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일단 문제가 드러나서 인준은 거부되었고 인사청문회의 효용성이 확인되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 자체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종합적인 인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이들의 국정수행능력이나 민주주의적 소신, 개혁성 등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던 것이다.

    청문회는 지명자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아니다. 고유한 인사권을 내세운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국정운용에 적합한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내라고 법으로 보장된 의회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살아온 자취와 발언, 재산형성 과정 등을 통해 자질과 능력, 개혁성, 도덕성 등을 객관적 공개적으로 치밀하게 검증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청문회 운용과정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소홀하게 다뤄졌다. 의원들은 청문대상자들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의 검증보다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청문대상자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렸다.

    대통령의 인사방식, 대통령과의 밀착 정도라든가 공직 수행 적합성 판단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반면, 업무수행에 관련된 질문들은 별로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실태이다.

    후보자 검증과 별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공직 후보자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상식 이하의 질의나 후보자를 피의자 다루듯 질타하는 못된 버릇도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하는 둥 마는 둥 넘어가는 것도 잘못이다.

    또 인준을 필요로 하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그 결과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각 당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투표가 진행되었다. 이것은 인사청문회의 도입 취지를 짓밟는 잘못된 행위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동의는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이는 성실한 검증과 납득할 만한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바람직하게 운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위공직자들이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종합적인 자질과 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인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검증 결과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을 검증해야 한다.

    공인이 될 자격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국민의 기초적 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도덕성과 청렴성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자질이 있어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될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고위공직자들의 대부분이 부동산투기 때문이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납세, 병역 사항 등 국민의 기초 의무 이행에 흠이 없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타락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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