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정치 유감입니다

    칼럼 / 시민일보 / 2005-05-09 21: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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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웅래 의원
    4.30 보궐선거를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 수준은 아직도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보궐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여·야 모두가 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야가 보궐선거에 대해 참여정부의 중간평가니 내년 지자체 선거의 가늠자니 하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언론 역시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데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야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중앙당에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중앙당이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했습니다.
    각당의 얼굴인 대표들은 전국 보궐선거 지역을 몇 차례씩 돌며 자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보궐선거에 중앙당이 개입해 전국 선거처럼 전면전을 하다보니 선거는 자연히 과열되고 혼탁해졌습니다.
    실제로 금품공세, 흑색선전, 선심성 공약과 지역감정 조장 같은 과거의 정치 행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여·야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17대 국회의 존재 이유라 할 ‘깨끗한 정치’ ‘정치 개혁’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습니다. 보궐선거만 있고 정치는 완전히 실종된 느낌이었습니다.

    여·야가 보궐선거를 치루는 것을 보면서 분명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정치 초년생이 냉엄한 정치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상적인 너스레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 남습니다. 왜 보궐선거를 치르는 데 중앙당이 개입해야 하고 꼭 사생결단식 승부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보궐선거는 보궐선거대로 치루고 중앙정치무대는 그냥 정치를 하면되는 거 아닐까요? 보궐선거를 굳이 지원해야 한다면 시·도당 차원에서 도와주면 되는 것이고 중앙 정치는 국민이 가장 바라고 시급하다는 민생 현안에 전념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올인 정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17대 국회는 과거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 거 아닐까요. 좀 어른스럽게 정치를 했으면 합니다.

    문 의장님, 이제 ‘중앙당 보궐선거 무개입 선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감히 제안합니다. 먼저 국정을 책임지고 정국을 주도해야 할 여당 지도자가 보궐선거와 같은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 당이 개입하지 않고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몇 날 후 10월이면 우리는 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또다시 보궐선거로 전국이 들썩들썩하도록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끝으로 저의 짧은 소견이 혹시나 보궐선거 현장에 가서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닌 많은 당원들의 노고를 한 치도 폄하하려는 게 아님을 널리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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