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보다 재결합 더 어려워

    칼럼 / 시민일보 / 2005-05-12 21:37:45
    • 카카오톡 보내기
    국회의원 이낙연
    이혼보다 재결합 더 어려워

    정치권에서 나오는 모든 논의는 나름의 근거를 갖습니다. 민주당을 둘러싼 통합론 또는 연대론이나 그에 대한 반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국민과 지지자로부터 얼마나 동의를 얻을 것이며, 얼마나 실현가능할 것이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혼도 어렵지만 재결합은 더욱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이혼한 부부가 재결합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첫째, 이혼한 후에도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이혼한 후에도 웬만하면 다른 이성(異性)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이성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서로 사랑하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다른 이성을 사랑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이상의 전제들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는 하나하나 따지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양당 내부에는 통합 반대세력이 엄존합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통합반대를 결의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내년 봄 지방선거는 1개 정당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천수요를 낳을 것입니다. 통합에는 이렇게 많은 장애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이런 장애들을 극복하려면 비상한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양당 지도부에 그만한 정치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적어도 내년 봄 지방선거까지는 양당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요즘 민주당을 둘러싸고 나오는 통합론 또는 연대론은 다분히 정치공학적 접근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호남표의 재결집이나 지역적 한계를 돌파하는 듯한 이미지의 창출이 그것입니다. 정치공학은 필요악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나친 정치공학적 접근은 목표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게 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뭔가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어떤 모색을 하건 꼭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첫째의 원칙은 정책노선입니다. 민주당이 무슨 모색을 하건 ‘김대중 철학’의 계승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그 어떤 모색에도 저는 찬동하지 못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제창하신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 화해협력이 그 근간입니다.

    둘째의 원칙은 정당의 존재방식입니다. 민주당이 어떤 모색을 하건, 그 결과는 21세기형 정당이 돼야 합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퇴행적 모색에는 찬동하기 어렵습니다.

    셋째의 원칙은 정권 창출 능력입니다. 민주당이 어떤 모색을 하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 창출을 겨냥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멀어지는 모색에 저는 찬동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창출 능력을 갖게 되도록, 또는 정권창출 능력을 갖는 변용이 이루어지도록 저는 비상한 각오로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