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서둘면 망한다

    칼럼 / 시민일보 / 2005-05-19 20: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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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김영춘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둘러싼 공방이 수그러들 줄 모른다. 정작 민주당은 콧방귀만 뀌고 있는 상황에서 집안 창피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내 생각에는 현 시점에서의 합당 논의는 백해무익하므로 중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야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이러저러한 주장들을 다기하게 제기할 수 있겠으나 이제 새 지도부가 들어선 마당에 합당론은 현실적인 추진 여부의 문제이다. 특히 지도부의 입장에서 합당을 말하는 것은 최소한 민주당의 호응속에서 추진의 원칙과 절차 등 구체적인 방략과 함께 제기해서 당원들의 뜻을 물어야 할 문제이지 희망사항만을 반복해서 말한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당의장께서 ‘스토커’라는 민주당의 조롱까지 받아가며 통합을 성급하게 거론한 것은 어떤 전제가 달렸더라도 실망스럽고 창피한 일이었다.

    전남지역에서 민주당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으며 총선이후 2번의 보선을 거치면서 그들의 세력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서도 여전히 7~10%의 득표력을 보이며 우리당을 괴롭히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 이내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대다수의 수도권 선거에서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가 예상되기도 한다. 내 지역구에서도 합당없이 내년 지방선거는 어렵다는 비관론을 역설하는 주민들이 많다.
    그래서 정치적 산술의 차원에서 합당론을 제기하는 심정의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시점에서의 합당 논의를 반대하는 것도 정치적 상식의 발로이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수자의 정치를 하기 위함이 아니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 세우자는 대의를 위해서였다. 상당 기간의 어려움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작년의 총선에서 국민들은 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국민들이 한편 우리의 대의에 공감했기 때문이요, 다른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작한 수자의 완력정치를 징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거의 승리와 머리수에 급급한 나머지 원칙을 잊어버리고 명분없는 합당몰이에 매몰되는 순간 민주당의 지지표는 얻을 지 모르나 우리당의 대의명분에 공감해 표를 주었던 더 다수의 국민들은 우리를 버릴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시해야 할 깨어 있는 여론의 흐름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가자.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정돈하고 명분있게 가다보면 국민들의 지지도 다시 회복될 것이고, 그럴 때 민주당과의 통합도 국민들의 동의 속에 이루어질 날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고 시작한 열린우리당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당에 헌신하고 희생적인 자세로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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