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대변인의 황당한 확신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6-06 19: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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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학벌계급론에 사로잡힌 발언으로 또다시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전 대변인은 지난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 중 ‘대통령을 다시 뽑는다면 이번에는 대학 나온 사람을 뽑겠다는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네. 저는 지금도 그 신념을 갖고 있어요. 왜 그러냐면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대학을 나온 국민이에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날 전여옥 대변인은 “국민 60%가 대졸자”라는 말을 무려 세 차례나 언급했다고 한다. 확신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에 해당하는 나머지 40%를 차별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학력이나, 지역, 성차별과 같은 차별은 마땅히 뿌리뽑아야 할 구태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 소속 의원들마저 “의도가 무엇이든 그의 발언은 잘못된 비유”라며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당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건”이라고 성토하고 나섰겠는가. 심지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지난 4일 저녁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언론인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칭할 때 ‘전 대변인’이 아니라 ‘전여옥 대변인’으로 이름 석자를 모두 써 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전 대변인’으로 불리지만 갖고 있는 상식과 생각 그리고 입장이 너무나 상이한 두 사람의 ‘전 대변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같은 전씨라는 게 부끄럽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전여옥 대변인이 그토록 확신에 찬 어조로 “국민 60%가 대졸자”라고 한 발언은 맞기나 하는 것인가. 아니다. 통계청이 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25세 이상 인구의 학력 구성비’라는 2000년 통계에 따르면 2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대졸 학력을 가진 사람은 24.3%에 불과하다. 25세 이상 국민 가운데 넷 중 적어도 셋은 아직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고졸자가 39.4%로 더 많다. 물론 2005년 현 시점에서는 대졸자의 비율이 당시보다 더 높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60%라는 것은 터무니 없다. 더구나 30~40대 이상의 높은 연령층은 대졸자가 이들보다 더 적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평균적으로 중학교 1학년 정도를 이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황들을 어림짐작해 볼 때에 우리국민의 대졸자는 결코 25%를 넘어서지 못한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학력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은 배우고 싶어도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 설움을 안고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제1야당의 대변인이라는 자가 학력차별을 개선하지는 못할 망정 이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은 서민들과 그 부모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했으니,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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