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드리는 글

    기고 / 시민일보 / 2005-06-30 2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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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 형 규 국회의원
    {ILINK:1} 꽃다운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숨져간 지 1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또 그렇게 잘 참고 견뎌내 주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의 인내에 화답할 차례입니다만, 기다리는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잘 참고 인내하는 국민들을 무시하고 비웃기라도 하듯 선심인사와 코드에 집착하는 오기만이 가득 찬 글로 국민들의 마음을 두 번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2003년 초 청와대 만찬에서 저는 대통령께 ‘말을 좀 조심해서 하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날 것’을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모습은 아예 변화를 거부하고 화석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대통령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십시오.
    저는 대통령께서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서입니다.

    저는 추호도 대통령과 이 정권의 실정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나라가 제대로 서야하는데 그 근본이 흔들리고 있고 국민들이 좌절에 빠진다면 정당의 유불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비교하며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남발하고 있다고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대통령님의 헌법질서와 국회에 대한 편협함과 왜곡된 역사인식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17대 국회는 어느 국회보다 해임건의안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 여권이 야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시절 49건으로 연평균 5건이었으나, 김대중 대통령시절에는 16건(연평균 3건)으로 줄었고, 현 정부 들어서는 2건(연평균 1건)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현행 헌법질서 하에서 대통령의 각료 임명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듯 해임건의안은 국회의 고유권한입니다.
    해임건의안 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님의 인사권 남용이 문제임을 제대로 직시하십시오. 여당 국회의원들의 각료임명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대통령제 하에서는 해임건의 제도 자체가 없다고 국민을 호도 하는 것도 자기기만입니다.
    여소야대 탓을 하며 야당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고 하셨는데, 대통령 스스로 17대 국회를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힘을 야당의 힘으로만 보려하는 대통령님의 색안경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진보세력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소위 진보국회 내에서 같은 진보진영조차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못하는 대통령님과 여당의 한계와 잘못을 먼저 탓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입니다.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강조해 놓고 갑자기 누구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나서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습니까. 코드사모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코드사모곡, 개혁사모곡을 중단하고 국민사모곡을 불러야 합니다.

    선거를 위한 경력쌓기용으로 영남권 낙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묻습니다.
    반칙이 없는 사회, 기회주의자가 발을 못 붙이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혹시라도 영남권 인사 기용으로 한나라당의 반발을 유도하고, 영남권에서 친여 민심을 일으키겠다는 계산이라면 이는 정략적이고 편협한 발상입니다.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한다는 그 패기는 위선이었습니까?
    ‘참여’가 ‘참주(僭主)’로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권력의 魔性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은 절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민심과 더불어 시대와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타면서, 나라와 국민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사는 것입니다.
    ‘인사의 생명은 공정에 대한 신뢰이다’, ‘낙하산은 없다. 경쟁으로 승부한다’, ‘공동체가 함께 하는 인사시스템’ 참으로 좋은 말들입니다. 바로 대통령님 스스로 저서에서 강조한 내용들입니다.
    난국에 빠진 국가와 고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과연 민심과 그 초심에 비추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물론 장관 누구를, 몇 명을 바꾸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대통령님의 태도와 의지가 변해야 합니다.

    국민 여론은 인사문제를 그 변화의 신호탄으로 삼고자 할 따름입니다.
    이제 남은 절반의 임기동안 국민과 코드를 맞춰 성공한 대통령의 길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장마와 후텁지근한 날씨로 국민들의 불쾌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정치권이 대립과 갈등으로 불쾌함을 더하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님의 대승적인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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