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을 벗어나 숲을 보라!

    기고 / 시민일보 / 2005-07-12 21: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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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 철 국회의원
    {ILINK:1} 어제(11일)밤 늦게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관련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들이 분분한 가운데, 이 프로그램에서도 어김없이 이와 관련한 여야 각 정당의 의원들의 논평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민병두 의원과 제가 나왔고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 새천년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 등이 나오더군요.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마다 조금씩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고 정책의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국면전화용 승부수’ 정도로 폄하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정치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당리당략의 테두리에서 갇혀서 보는 이들에게는 술수만 보이기 마련이고, 모든 정치행위를 정치공학의 틀로 분석하려는 이들은 정치적 복선의 유무를 따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던 ‘우리 정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라는 글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정치가 잘못된 나라가 경제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중략) 경제를 잘되게 하려면 먼저 정치부터 고쳐야 합니다. 경제에 부담주지 않고 경제정책 챙길 것 확실히 챙기면서 토론하고 고치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정치개혁과 민생경제는 결코 선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경제를 챙기지 않고 정쟁만 일으킨다’는 식의 근거 없고 무책임한 선동을 중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민생경제가 어려운데 정치개혁을 추진하면 지지를 잃는다’라는 패배주의를 떨쳐야 합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연정을 통한 정쟁의 종식을 지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통령은 또한 그 자신이 지난 십 수 년 동안 지역주의의 거대한 절벽에 맨몸으로 맞서온 장본인으로서, 우리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역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밝히고 있습니다.
    “지역구도의 문제는 나라발전에 큰 걸림돌입니다. (중략) 지역주의의 결과로서 우리 정치는 가치지향이 없는 정당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가치와 논리의 논쟁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대결하는 정치가 되니 정치 이론도 발전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도 설 땅이 없습니다.”

    지역을 나누어 편을 가르는 정치를 지양하고 가치지향을 중심으로 정당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히 선거제도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투표율과 의석비율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비논리, 지역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권이 다른 4개 군을 하나로 묶어 국회의원 1명을 뽑아놓고 이 사람을 지역대표라고 하는 비논리, (중략)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너무 부족하여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 됩니다.”

    우리 정치의 여러 가지 폐단과 모순은 현행 선거제도를 통해서 유지되고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정치적 의사가 균등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표의 등가성’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낙선자를 지지한 투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고,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게임의 룰’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아울러 비례대표제도의 개선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보자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 비정상의 구조 위에 기득권의 성을 쌓고 문제를 외면하고, 시민사회는 모든 문제를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로 단순화해놓고 혹시 이런 논의가 정치인의 밥그릇 챙기기로 흐르지 않을까 불신하여 논의를 외면하고, 학자들은 서양의 정치이론에 안주하여 한국의 정치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속이 탑니다. 많은 문제들을 내놓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토론에 응합시다. 여야 각 정당과 언론, 시민사회 등을 포함해서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을 가진 모든 정파와 세력들은 이제부터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비정상적인 우리의 정치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진지한 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의 독점적인 권력을 헌법으로 보장받는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내어놓고 나누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와 국제질서에서 도태되지 않고 의연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하나로 그가 또 다시 맨몸으로 벌판에 나선 것입니다.

    이제 옹색한 기득권에 연연하여 당리당략의 나무만 붙들지 말고 ‘21세기의 한국정치’라는 울창한 숲을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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