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DNA’가 없는 사람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7-13 21: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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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심재권 시민일보 사장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는 모두 서울대 ‘6.3학생운동’의 주역으로 아주 가까운 친구사이다.

    물론 소속 정당은 서로 다르다. 심 사장은 여전히 민주당에 잔류하고 있는 반면, 김 장관은 분당시 열린우리당에 동참했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여당의 대권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인물이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의 이른 바 ‘빅3’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인물이다. 장 대표는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재야에 남아 독자적인 목소리를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 4인은 서로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를 것이지만 이들의 우정은 40여년이 한결같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 4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치 DNA’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 DNA’란 말은 장성민 전 의원이 필자에게 전해 준 말이다.
    장 전 의원은 최근 필자와 술자리를 가진 자리에서 “심 사장은 ‘정치 DNA’는 없는 분 같다”고 말했었다. 꼭 선비나 학자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 DNA’를 가진 사람은 호랑이가 토끼를 낚아채듯이 기회가 오면, 그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지적이 맞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장 전 의원의 말대로라면 심 사장 뿐만 아니라 묘하게도 김 장관이나 손지사, 장 대표 역시 그런 DNA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선 필자는 장 대표에 대해 아직까지도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만큼, 그에게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말 그런 DNA가 없는 사람이다. 그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당시 필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옆에서 응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 나서 다시는 그에게 전화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나, 그의 동안을 보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김 장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가장 적합한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23.7%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을 꼽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같은당 소속의 정동영 장관이나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등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손 지사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치부 기자들의 조사 결과에서는 손 지사(21.1%)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대중을 향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바로 장성민 전 의원이 말하는 ‘정치 DNA’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장관이나 손 지사는 때가 오더라도 술수를 부릴 줄 모른다. 시민일보 심 사장처럼 앞뒤가 꽉 막혔다.

    하지만 필자는 거기에 희망을 건다. 앞으로는 이들처럼 ‘정치 DNA’가 없는 분들, 즉 답답하리 만큼 순박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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