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에 재갈물리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8-02 18: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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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X파일 사건을 취재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해 검찰이 소환 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것도 단순 참고인 자격이 아니라 불법 도청 자료에 담긴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16조) 위반혐의를 적용,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황당하다.

    물론 현행 통비법은 불법 도청 내용을 누설할 경우 도청 행위자와 똑같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통비법은 도청 내용 누설자를 예외 없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어지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아마도 표현의 자유보다 사생활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건 보도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공익성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당연히 공익성이다. 따라서 보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정치-재벌-언론의 유착과 여기에 검찰과 정보기관이 결합된 기득권 세력의 추악한 커넥션이라는 점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언론사주가 자기 마음에 맞는 정권을 세우려고 정치인·검찰간부를 불법자금과 떡값으로 매수하려던 음모를 폭로한 사건이다.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테이프 내용에 나오는 부패구조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검찰은 이 기자를 소환하기에 앞서 등장인물인 삼성 이 회장과 파렴치한 언론사 사주를 먼저 소환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검찰이 무리하게 이 기자를 먼저 소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정치권과 삼성 재벌, 언론의 유착관계를 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더 이상 열지 못하도록 이 기자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X파일’이 수백개 내지 수천개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YS 정부 시절 이뤄졌다는 불법도청테이프가 하루 평균 5~6개에 이른다는 관련자 증언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수가 어림잡아 8000여개는 족히 됐을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 사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공운영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13권의 녹취보고서와 함께 찾아낸 테이프 개수만도 무려 274개나 된다.

    만일 여기에 담겨 있는 내용이 모두 공개될 경우 기득권세력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검찰을 포함한 그들이 살아남자면 기자의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언론도 감히(?) 불법도청내용을 근거로 보도하지 못할 것 아니겠는가. 이 기자의 입을 봉쇄하려는 기득권자들의 음모는 결국 언론을 봉쇄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각 언론사에는 진실을 규명하려는 제2, 제3의 이상호 기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 모두에게 재갈을 물릴 용기가 없다면, 검찰은 이 기자 소환방침을 즉각 철회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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