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은 탁월한(?) 꼼수였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8-03 1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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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결국 여권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정치권이 현재 이 문제로 인해 매우 시끄럽다는 것 뿐이다. 노 대통령이 바로 이점을 노렸다면, 연정 제안은 그야말로 ‘탁월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 “어떤 정치인도 연정제안을 거역하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대놓고 으름장을 놓았다.

    연정은 지역구도해소를 위한 선거제도개혁의 방편이며, 연정이 싫으면 선거제도만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망국적인 지역구도 해소를 반대하는 정치인으로 영원히 낙인찍힐 것이라는 일종의 엄포인 셈이다.

    사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 주도, 열린우리당 참여’ 형식의 연정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 무려 10% 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거명되는 박근혜 대표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예상했던 대로 박 대표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단칼에 잘라 버렸다. 공개적으로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싫다”고 거부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꺼져가는 ‘연정’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예 야당에 대한 설득을 넘어 우격다짐으로라도 강요할 태세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연정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연정론 전파에 발을 벗고 나섰는가 하면,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오는 10일 충남 아산을 시작으로 12일 서울, 17일 대구, 19일 광주지역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정관련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정말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희망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선 당장 김근태·정동영 장관 등 여권 내 차기대권주자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재야파 의원들 상당수가 ‘차떼기’와 결합할 수 없다며 탈당을 결행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이 침묵하고 있다.

    김 장관측과 정 장관측은 아예 처음부터 연정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으며, 한때 연정에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보였던 재야출신 소장파 의원들도 대연정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나라당과 연정이 성사될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지역 출신 염동연 의원은 `대연정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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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연정제안은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한 때문일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연정이라는 결실을 얻지 못했다. 물론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결실을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자신이 정치권 중심에 서게 됐다. 이것이 그가 얻은 유일한 열매다. 이 얼마나 탁월한(?)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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