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파일’ 본질은 비리 커넥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8-09 18: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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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편집국장
    {ILINK:1} 이른바 ‘X파일’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본질은 이것이 아니다. 핵심은 탈법적 권력운용 행태와 구조화된 비리 커넥션이다.
    노회찬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불법도청을 한 옛 안기부직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더 크냐, 아니면 보수 언론사나 재벌·정치인 들간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백억원씩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내용에 대한 분노가 더 크냐.”

    물론 국민들은 삼성과 중앙일보 및 정치인들 간에 이뤄진 검은 커넥션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그렇다면 정경언 유착이 이 사건의 본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10일 오전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게이트 진상규명과 정치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민노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도 이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중앙일보-보수정당간의 검은 유착이 ‘악어’라면 국정원의 불법 도청은 ‘악어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악어’와 ‘악어새’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비중있게 취급돼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악어새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일명 ‘판도라 상자’라고 불리는 ‘X파일’을 열어야 할 책임 있는 당국자와 정치권마저 테이프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심지어 검찰은 이슈의 초점을 ‘불법도청’에 맞추면서 내용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피해가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검찰이 몸통에 해당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제쳐놓고, 깃털에 불과한 이학수 부회장을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참고인자격으로 소환하여 조사한 것이 그 단적인 모습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이학수 부회장을 소환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소환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당이다.

    따라서 검찰이 그를 상대로 삼성그룹의 불법로비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여당이 단독 발의한 특별법을 제정하든 야 4당이 합의한 특검제를 도입하든 ‘모든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대원칙’만 확인 된다면,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특별법이나 특검법 모두 이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특별법은 제3의 민간기구에 도청 내용 공개 여부를 맡기자고 한다. 헌법상의 기관도 아닌 임의적인 기구, 비록 법률에 의거한다고 하나 민간인으로 구성된 임의기구에 그런 역할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온당키나 한 일인가.

    특검법 역시 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내용공개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러다 몸통은 사라지고 깃털만 처벌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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