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삼성화'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8-11 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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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전국언론노조 출신들로 구성된 ‘새언론포럼’은 지난 6월 이 같은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에도 X파일 사건과 관련, “‘삼성게이트’ 실종시킨 4각의 부패커넥션”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경·언·검의 4각의 부패 커넥션이 적나라게 드러난 21세기 한국판 ‘판도라의 상자’임에도 내용을 조사할 수사 주체인 검찰은 엉뚱한 일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을 수사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검찰이 삼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들의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실제로 삼성 총수가 여야 대선주자에게 정치자금 전달의 주체로 나섰으며, 중앙일보 사장이 그 사이에서 전령역할을 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바로 정·경·언이 끈끈하게 유착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언론사 간부 출신 의원은 특정후보 선거전략에 깊숙이 개입, 노골적인 정·언유착을 했다.
    게다가 삼성은 전 법무장관 등 전·현직 검찰간부들에게 이른바 ‘떡값’을 전달했다고 하니 정·경·언·검의 4각 커넥션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4각 검은 커넥션을 깨는 것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을 재편한다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언론이 이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실제로 ‘X파일’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안기부의 불법도청과 새로 발견된 274개의 도청테이프 공개를 둘러싼 논란으로 흐르며, 테이프에 담긴 97년 대선 당시의 재벌과 언론, 정치권의 유착과 불법행위에 대한 보도는 실종되고 말았다.

    ‘X파일’은 ‘경·언 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언론의 겸허한 자성이 필요한 사안인데도 이들 거대 재벌언론사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은 이른바 ‘X파일’을 통해 드러난 97년 대선 당시의 불법행위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들 재벌 언론은 검찰의 본말이 전도된 수사방향을 그대로 쫓아가면서 사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수사기관인 검찰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본질을 흐려 놓는 일에 가세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건희 홍석현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제대로 보도되고 있지 않아 이 둘을 구속하라는 것이 과격한 담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한탄까지 나오겠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주가 지배하는 언론사 구조의 개혁운동, 재벌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정경유착의 구조를 개혁하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삼성화’를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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