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먼저 깨져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8-16 18:54:19
    • 카카오톡 보내기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장기표 수도분할반대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시민일보 ‘신당창당움직임’보도와 관련, 필자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안세력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터져 나올 것인데 어찌 준비를 게을리 할 수 있겠느냐”고 사실상 창당 움직임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장기표 대표는 지난 3일에도 최근 노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한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안’ 발언 및 이에 따른 일련의 반응에 대해 “정권이 굴러다니는 데도 그것을 주어가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왜, 국정을 담당하겠다는 세력, 곧 정권을 인수코자 하는 세력이 없을까? 다들 무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 비극”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정당 가운데 정권을 인수할만한 능력 있는 정당이 없으며, 따라서 정계개편을 통해 수권야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장 대표의 이 같은 꿈은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이라는 기득권을 놓기가 쉽지 않다.

    연정이니, 뭐니 하면서 마치 당장이라도 정권을 포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거기에는 다분히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어떠한가.
    한술 더 뜬다. 소속 의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예 정권창출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제1야당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 해 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가 자신의 18대 총선에 도움만 된다면, 박근혜 대표가 대권주자가 되든,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되든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 역력하다.
    호남에서 조금 지지도가 올라가는 민주당은 다를까?
    천만에 말씀이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감 1순위로 거론되는 고 건 전 총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고 전 총리가 선뜻 민주당에 입당할 리 만무하다.
    설령 고 전 총리가 입당할 뜻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가 그에게 넘겨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화갑 당’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대중정당이 아니라 계급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은 아직 이르다.
    그래서 장기표 대표의 계획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의 지적처럼 이것이 진짜 비극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깨지면 된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아니면 민주당이라도 먼저 깨지는 당이 결과적으로 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장 대표는 이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당이 먼저 자신을 깨뜨리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일까. 필자는 그 점이 자못 궁금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