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가깝고도 먼나라

    칼럼 / 시민일보 / 2005-08-30 19: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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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최재천
    “차디찬 정치, 뜨거운 경제”(Cold Politics, Hot Economy)

    미 브루킹스 연구소 방문연구원인 도모히코 다니구치가 올 여름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과 주변국들간의 관계를 표현한 말이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외교통상부는 최근 한일협정·한일회담 외교문서 156권 3만5354페이지를 전격 공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문서공개는 한국 정부의 선택일 뿐 일본은 한일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올해는 한·일 양국이 합의한 ‘한일 우정의 해’이다. 역사적으로도 올해는 ‘을사늑약 95주년’, ‘광복 60주년’, ‘한일수교 40주년’ 등 한·일 관계에 있어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만한 해였다. 그런데 우정은 말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5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졌고, 시마네현 의회의 결의에서 비롯된 독도 영유권 문제가 있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정상회담은 계속되지만 양국간의 신뢰는 결코 정상적인 상태라 할 수 없다.

    참여정부는 초창기부터 동북아 평화번영정책을 이야기해왔다.
    과연 지금 한·일 관계는 동북아 시대를 향한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를 정립해나가고 있는가.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되풀이하며,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를 강행하고,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는 일본 측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그 이면에 숨겨진 일본 보수파의 정치적 계산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본의 역사 인식을 바꾸려는 ‘근본주의적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보수파들이 우경화 발언과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애국심에 고취되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전략 중의 하나라는 분석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보수파들은 한국이 빈번하게 과거사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일본 대중이 주권 침해로 인식하도록 보수파 언론과 함께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있을 정도이다.

    미국과 일본은 2002년부터 ‘차관급·장관급 전략대화’를 계속하며 양국 사이의 모든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도 지난 달 차관급 고위급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가깝고도 먼’ 한국과 중국 사이, 한국과 일본 사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전략대화가 없다. 오로지 ‘차디찬 평화’(Cold Peace)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일 관계가 1945년 체제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한·일 양국은 지난 60년을 거울삼아 새로운 60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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