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이상수를 위한 변명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09-01 19: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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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코끼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전 의원이 고심 끝에 결국 출사표를 던졌다. 10월 재·보궐 선거에 나서기 위해 31일 부천 원미갑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것이다.

    불법 대선 자금 수사로 구속되면서 정치권을 떠난 지 1년6개월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부패비리사범이 8.15특사 보름 만에 국회의원 나선다고 선언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는 불법 대선자금문제로 구속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부패비리사범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지난 대선 당시 그는 총무본부장·후원회장·선거사무장 등 1인3역을 도맡아 했다.
    그 때 만일 선거자금을 집행하는 사무장만 했다면 그는 사법 처리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니 뭐니 하는 통에 민주당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노무현 후보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후원회장을 겸하게 됐고, 그로 인해 결국 사법 처리되고 만 것이다. 이상수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 치부한 돈은 단 한 푼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가히 혁명적 분위기라 할만 했다. 과거에 묵인됐던 일이라 하더라도, 비록 자신이 치부한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대선자금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차떼기’니 뭐니 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어마어마한 불법정치자금을 끌어 모은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여당이라고 그 유탄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 희생양이 바로 이상수다. 실제로 그는 대선자금 비리의 멍에를 혼자서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자신의 운명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누군가 마셔야 할 독배라면 내가 떳떳이 마시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속됐다.
    그리고 이제 1년6개월이라는 힘겨운 시간이 흘렀다.

    물론 아직은 이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다. 10월 재·보궐 선거 역시 지난 4월 재보선처럼 열린우리당이 전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의 출마를 진정으로 말리고 싶었다. 정말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권인숙양 성고문 사건 등을 해결하며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당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보궐 선거만 23전23패인데,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또 완패하면 내년 지자체 선거까지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절박한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낙선하면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미련하게(?)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굳이 그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인간 이상수를 믿기에 그에게 씌워진 ‘부패비리사범’이라는 오명만큼은 벗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를 위해 기꺼이 변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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