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두배로 만드는 법

    칼럼 / 시민일보 / 2005-09-05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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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노웅래
    마음 한구석 항상 꺼림직 하게 갖고 있던 마음의 빚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린 하루였습니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우들과의 시간은 바쁘다는 말에 찌들어 있던 저의 일상에 꼭 필요했던 ‘여백’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예전에도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은 더러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신앙인으로서의 믿음을 온몸으로 실천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뿌듯했습니다.

    동료교인 열댓명과 일행이 되어 찾은 곳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요한의 집’. 만 17세 이하 중증 뇌성마비 장애우 40명이 수녀님들과 함께 기거하는 곳입니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일찌감치 출발했지만, 경부고속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막혔습니다. 추석이 두 주밖에 남지 않은 터라 일찌감치 성묘나 벌초 하러 가는 가족들이 많았던 때문이었겠지요. 그래서인지 평소 차량으로 50분 정도면 가던 곳을 1시간 반 걸려 도착했습니다.

    ‘요한의 집’ 도착 즉시 업무 분담. 3개층별 방청소, 빨래, 설거지, 장애우 외출 돌보기 등이 배정되었는데, 우리 조는 3층 방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먼저 청소기를 돌려 침실과 공부방 복도의 쓰레기와 먼지를 말끔히 치웠습니다. 다음은 걸레질 작업. 이 작업은 특히 세심한 손길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대부분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몸이 성치 않은 장애우들이 방바닥에 흘려놓은 음식 찌꺼기나 각종 기물 조각이 늘어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흔적들을 지워내기 위해 걸레로 실내 바닥을 닦고 또 한번 닦아야 했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에 할 일은 장애우 식사 돕기. 장애우에게 밥을 먹여주기 위해서는 장애우들의 손을 우선 휠체어에 고정시켜야 합니다. 손을 잘 가눌 수 없어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는 장애우들은 다른 사람이 밥을 먹여주는 동안에도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손을 고정시키고 밥을 먹여주는데도 일부 음식은 개워내고 또 손사래를 치다가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죽을 먹는 아이도 있고 밥을 먹는 아이도 있습니다. 조금씩 밥을 떠먹여 보지만 장애우들은 떠먹인 음식의 반 이상을 흘립니다. 식사시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전쟁터 자체 입니다.

    장애우 밥 먹이기의 마무리는 먹다 남기고 흘린 음식 버리기와 설거지. 이 정도는 별게 아닙니다. 매일 밥 먹이고, 씻기고, 장애우들의 변을 받아내고...글자 그대로 장애우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년 365일 함께 하시는 수녀님들의 사랑은 모정 그 이상이지 않을까,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이타적(利他的)으로 돌보아주는 수녀님들의 사랑 실천은 천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몸은 고단하고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넉넉하고 평안했습니다. 결코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장애우의 환한 미소와 밝은 표정이 소외되고 외로운 우리 주위의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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