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전 국회때 어느 의원이 자조적으로 내뱉었다는 ‘여의도에는 가을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달 전부터 새벽 두 세시를 넘기기 일쑤인 우리방 말고도 밤새 불꺼지지 않는 의원실이 숱하다.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열띤 분위기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각과는 편차가 너무 크다.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국회가 불리한 싸움이다. 흔히 창(국회)과 방패(정부)’에 비유되는데, 91만6000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행정부를 상대로 한 의원실당 6명씩 해도 2000명 남짓한 인력으로 감사를 하는 셈이니 견고한 성(城)을 창하나 달랑 들고 달려드는 ‘돈키호테’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국회가 헌법에 부여받은 권한인 행정부 견제의 한 방편으로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가을 정기국회 100일 중 20일간으로 못박혀 있어 일정의 조정은 있을 지언정 ‘가을의 전쟁’은 여의도의 가을을 뺏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20일간 하지만 준비는 몇 달을 해야 한다. 17개 상임위가 461개 기관을 감사하므로 1개 상임위 평균 27.1개를 하는 셈이다. 졸속감사란 비아냥을 들어가면서도 강행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감중반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국감장에서 조는 의원들의 사진이 실리고, 의원들의 ‘자리비우기 행태’가 도마에 오른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휴회없이 계속 돌아가도 밤 9시, 10시에 끝나기 일쑤인데(보건복지위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붙어 11시에 끝나기도 한다), 잠시 졸아도, 나와서 쉬어도 재수없이(?) 그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면 매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불신받는(?) 국회의원들이 그게 아니라고 항변해 본들... 그만큼 높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어려운 자리란 걸로 대다수 의원들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피감기관도 그렇다. 하루 한 개 기관이 넘는데, 충분히 감사할 수 있으며, 알찬 준비를 할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보좌진들의 희생이 따르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만의 국정감사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드러나는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연 2회 국감을 했으면 좋겠다.
4월과 현행 10월로 나눠서 피감기간도 배치해서 하는 것이다. 요즘의 임시국회 자체가 국정감사의 축소판이고 보면 충분히 가능하고 준비하는 측도, 감사를 하는 측도 한 결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기적으로는 상시국감 체제로 가는게 맞다고도 본다.
17대 들어 우리 국회의 풍속도는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게 다선의원들의 말이지만 여전히 국회는 정쟁의 온상으로 국민들 뇌리에 박혀있고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여의도발 궂은 뉴스는 그 확신에 도장을 찍었다. 아마도 추석 전 지급된 정책개발비 600만원과 피감기관과의 술자리 파문으로 국민들은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되새기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국회는 국민들에게 생산적이라는 인식보다 능력 이상의 댓가를 받는 곳이란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국회의원이 아닌 일하는 헌법기관, 입법기관으로서 당연히 발생하는 비용의 지불에 대해서도 떳떳치 못한 돈쯤으로, 예산의 낭비쯤으로 국민들 눈에 비치는 것이다.
몇 몇 의원의 항변에도 머쓱한 상황은 지속됐고, 결국 운영위 국감에서 국회 사무총장에게 화살이 날아가기도 했다. 답은 뻔하다. 철저하게 정책 개발비로 집행하고 약속대로 집행내역을 공개하는 길 뿐이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하는 기관 못지 않게 투명한 재정상태를 보이지 못해서야 될 말인가?
‘정쟁국감이냐 정책국감이냐’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정책은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하기도 하다. 쉽게 이해되기도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조정률은 낮아지고 있고, 조정액 대비 이의신청률은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 인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심평원의 심사 기준이 의료현장의 진료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런 질의를 듣고 있는 국민들이 얼핏 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보험료와도 직결돼 있어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깊이 연구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건복지위 국감현장은 언론에 잘 나오지 않는다. 주로는 대권주자들의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상임위들과 슬자리 욕설 파문 같은 ‘화끈한’ 뉴스가 국감코너를 채울 뿐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국정감사를 한다 한들 민생을 살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아준다고 한 일이던가? 말로만 하는 질의의 한계를 넘어서 보고자 우리 보좌진들과 파워포인트 자료를 기획했고, 피감기관과 언론의 공감을 얻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크게 기억에 남는 올 국감의 수확이다.
지난 여름부터 불꺼지지 않는 의원회관의 밤풍경과 지방과 서울의 피감기관을 누비며 피곤한 20일 일정을 소화하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17대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또 한 번 발견한다.
떡값에, 정쟁에, 술자리 사건까지 얼룩지고 있는 이면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성을 쌓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있음을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7대 국회의원 대다수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달게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국민들도 그 진정성을 봐 주시겠지...
이전 국회때 어느 의원이 자조적으로 내뱉었다는 ‘여의도에는 가을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달 전부터 새벽 두 세시를 넘기기 일쑤인 우리방 말고도 밤새 불꺼지지 않는 의원실이 숱하다.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열띤 분위기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각과는 편차가 너무 크다.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국회가 불리한 싸움이다. 흔히 창(국회)과 방패(정부)’에 비유되는데, 91만6000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행정부를 상대로 한 의원실당 6명씩 해도 2000명 남짓한 인력으로 감사를 하는 셈이니 견고한 성(城)을 창하나 달랑 들고 달려드는 ‘돈키호테’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국회가 헌법에 부여받은 권한인 행정부 견제의 한 방편으로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가을 정기국회 100일 중 20일간으로 못박혀 있어 일정의 조정은 있을 지언정 ‘가을의 전쟁’은 여의도의 가을을 뺏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20일간 하지만 준비는 몇 달을 해야 한다. 17개 상임위가 461개 기관을 감사하므로 1개 상임위 평균 27.1개를 하는 셈이다. 졸속감사란 비아냥을 들어가면서도 강행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감중반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국감장에서 조는 의원들의 사진이 실리고, 의원들의 ‘자리비우기 행태’가 도마에 오른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휴회없이 계속 돌아가도 밤 9시, 10시에 끝나기 일쑤인데(보건복지위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붙어 11시에 끝나기도 한다), 잠시 졸아도, 나와서 쉬어도 재수없이(?) 그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면 매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불신받는(?) 국회의원들이 그게 아니라고 항변해 본들... 그만큼 높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어려운 자리란 걸로 대다수 의원들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피감기관도 그렇다. 하루 한 개 기관이 넘는데, 충분히 감사할 수 있으며, 알찬 준비를 할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보좌진들의 희생이 따르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만의 국정감사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드러나는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연 2회 국감을 했으면 좋겠다.
4월과 현행 10월로 나눠서 피감기간도 배치해서 하는 것이다. 요즘의 임시국회 자체가 국정감사의 축소판이고 보면 충분히 가능하고 준비하는 측도, 감사를 하는 측도 한 결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기적으로는 상시국감 체제로 가는게 맞다고도 본다.
17대 들어 우리 국회의 풍속도는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게 다선의원들의 말이지만 여전히 국회는 정쟁의 온상으로 국민들 뇌리에 박혀있고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여의도발 궂은 뉴스는 그 확신에 도장을 찍었다. 아마도 추석 전 지급된 정책개발비 600만원과 피감기관과의 술자리 파문으로 국민들은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되새기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국회는 국민들에게 생산적이라는 인식보다 능력 이상의 댓가를 받는 곳이란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국회의원이 아닌 일하는 헌법기관, 입법기관으로서 당연히 발생하는 비용의 지불에 대해서도 떳떳치 못한 돈쯤으로, 예산의 낭비쯤으로 국민들 눈에 비치는 것이다.
몇 몇 의원의 항변에도 머쓱한 상황은 지속됐고, 결국 운영위 국감에서 국회 사무총장에게 화살이 날아가기도 했다. 답은 뻔하다. 철저하게 정책 개발비로 집행하고 약속대로 집행내역을 공개하는 길 뿐이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하는 기관 못지 않게 투명한 재정상태를 보이지 못해서야 될 말인가?
‘정쟁국감이냐 정책국감이냐’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정책은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하기도 하다. 쉽게 이해되기도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조정률은 낮아지고 있고, 조정액 대비 이의신청률은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 인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심평원의 심사 기준이 의료현장의 진료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런 질의를 듣고 있는 국민들이 얼핏 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보험료와도 직결돼 있어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깊이 연구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건복지위 국감현장은 언론에 잘 나오지 않는다. 주로는 대권주자들의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상임위들과 슬자리 욕설 파문 같은 ‘화끈한’ 뉴스가 국감코너를 채울 뿐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국정감사를 한다 한들 민생을 살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아준다고 한 일이던가? 말로만 하는 질의의 한계를 넘어서 보고자 우리 보좌진들과 파워포인트 자료를 기획했고, 피감기관과 언론의 공감을 얻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크게 기억에 남는 올 국감의 수확이다.
지난 여름부터 불꺼지지 않는 의원회관의 밤풍경과 지방과 서울의 피감기관을 누비며 피곤한 20일 일정을 소화하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17대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또 한 번 발견한다.
떡값에, 정쟁에, 술자리 사건까지 얼룩지고 있는 이면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성을 쌓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있음을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7대 국회의원 대다수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달게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국민들도 그 진정성을 봐 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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