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머니가 강탈당해서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10-12 19: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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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 1일 ‘청계천 새물맞이 복원 기념행사’에서 “청계천 유지비는 1년에 18억원 정도 밖에 안든다”고 밝혔으나, 알고 보니 이는 거짓이었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무려 7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시민 혈세가 매년 유지비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는 1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년에 8억7000여만원의 전기료가 들고, 여기다 분수 20여개와 조명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청계천 유지를 위한 관리비는 1년에 18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국민들은 순진하게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시가 최근 서울시의회 예산심의에 상정한 ‘2006년 청계천 유지·관리 계획’을 보면 그게 아니다.

    시는 청계광장∼중랑천 하류 신답철교 8.12㎞ 구간의 각종 시설물과 용수공급시설 관리, 재난대비, 안전대책 등에 69억6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했다. 즉 내년에 청계천 유지비로 70억원이 들어가니까 그 예산을 잡아달라는 것이다.

    물론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한 서울시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도대체 언제까지 청계천 유지비로 매년 70억원씩 시민들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10년이면 자그마치 700억원이다.
    어째서 이처럼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가는 것일까?

    우선 청계천은 상류의 지천으로부터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강 하류에 있는 물과 지하철 역사에 나오는 지하수를 전기로 끌어다 청계천에 물을 대는 인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끊어지면 물도 흐르지 않는 청계천은 거대한 인공분수에 불과하다. 인공분수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따라서 인왕산 백운동천과 북악산 중학천 같은 상류의 지천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청계천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시도 처음에는 시민일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실제로 12일 행정2부시장에 임명된 장석효 당시 청계천복원 추진본부장은 지난 8월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청계천이 장기적으로 자연하천에 가깝게 개발될 수 있도록 청계천 상류지천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지난 1일 청계천 개통 직후에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계획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은 지난 10일 이명박 서울시장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계천 상류지천 복원은 시간이 있어도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신임 부시장인 장석효씨도 “현재까지 청계천 상류 지천 복원 계획은 없다”고 말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렸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다. 상류지천 복원은 이 시장이 대권 디딤돌로 일구어낸 ‘청계천의 미완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권주자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1000만 서울시민의 호주머니가 강탈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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