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재검토’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10-18 1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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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우리는 그동안 정당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기초의원에게도 정당 공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결국 여야 정치권은 우리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 들여 지난 6월30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 기초의원에게도 공천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확대’는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가짜 종이당원의 양산과 줄서기, 충성경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또한 기초의원에게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나의 선거구에서 2~4명의 기초의원 선출)하면서 4인 선거구를 2+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등 특정 정당의 기초의원 독식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의 독점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이는 곧 지방자치의 대의를 크게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금권정치(金權政治)’를 조장해 지방자치를 부패시킬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더구나 공천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의 길이 요원한 상황이며, 여전히 중앙당과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니겠는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초의원 공천제가 자칫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할 수도 있다.
    즉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지역의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대리전이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당발전과 지방자치의 발전을 조화시키려는 정치권의 진지한 고뇌 없이, 오로지 ‘공천권을 통해 지방정치권을 장악’하겠다는 여야공동의 이해가 일치됨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따라서 한시적으로나마 정당공천을 금지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 충분한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 정당공천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방지하는 방안을 먼저 마련한 후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지금 정당공천 방침을 완전히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당공천제가 온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도입 시기를 조금 늦추자는 것일 뿐이다.

    가짜 종이당원의 양산을 막는 제도, 공정한 공천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는 선거구획정, 특정 지역의 특정 정당 독점방지 등의 제도를 먼저 마련한 후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실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급히 서두르다가는 일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길로만 갈 수 있다면 그쪽을 선택하는 것이 지방자치발전과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 아니겠는가.

    아직도 늦지 않았다. 오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여야 각 정당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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