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더듬 장애우’

    칼럼 / 시민일보 / 2005-10-26 1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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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우제항
    몇 해 전 무척이나 무더웠던 여름이었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중년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낮 시간이라 자리가 많이 비어있었음에도 지하철 중간에 서서 쭈뼛 쭈뼛 거리며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그는 거친 헛기침을 몇 번하고 난 후 힘들게 입을 땠다.
    “저는…한 가정의…가장인데…너…무…나 대…인공…포증과…말…더…듬이…심…해서…그걸…고…쳐보고…자…용기…내어…이 자리…에 섰…습니다”

    말쑥한 양복차림에 잘생긴 외모의 그에 입에서 어렵사리 나오는 말은 집중해서 들어야 할 정도로 심한 말더듬의 장애와 대인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듯하였다.

    그는 남들이 3분이면 끝낼 말을 10분간 땀을 흘리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용기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 끝나자 몇 명 되지 않는 지하철의 승객들이지만 세상에서 들은 박수 중 가장 아름답고 힘찬 박수를 쳐주었고 나는 순간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나타난 희망의 미소를. 그는 금세 미소와 함께 자신감과 열정과 열의가 넘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일반적으로 ‘장애’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체, 시각, 청각, 언어, 정신지체 등은 물론이고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상 인정되고 있는 심장, 신장장애, 뇌병변(뇌졸증이나 뇌성마비), 발달장애(자폐), 정신장애 등 15가지가 장애의 유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을 이해하려는 모습과 그들을 격려해 주는 모습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비장애우들은 장애우들의 아픔을 100% 다 알지 못한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장애우들의 이동권을 생각하지 못한 정책과 시설물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또한 장애우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문화시설, 교육시설, 재활시설에 대해 일부 불쾌감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장애우들을 아직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와 똑같은 이웃이 아니라 특별하게 베풀어주어야 하는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아직도 존재한다. 더 많이 변해야 한다. 아직도 멀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유무형의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함께 하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 또한 간절하다.

    크게 한번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면서 가을의 높은 하늘처럼 우리가 꿈꾸는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열정을 발산해 보도록 하자. 그것이 어렵더라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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