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치는 생물’ 이었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10-31 2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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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역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난해 5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광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두자,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청와대 만찬장에서 여당 의원들과 함께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노랫가락을 감격에 겨워 흥얼거렸다.

    노 대통령은 당시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고 호기를 부렸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불과 1년5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이 같은 상황은 급반전되고 말았다.
    청와대에서 함께 노랫가락을 흥얼거렸던 그들이 선거 패배의 최대 책임이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며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평화국민연대는 31일 모임을 갖고, “청와대가 국민들 삶과 동떨어진 연정론을 주장하다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기남 의원 주도의 신진보연대는 `당·정·청 쇄신’을 주장했는가 하면, 당내 보수파인 `안개모’마저 “난국의 원인은 대통령”이라고 지목하고 나섰다.
    물론 이 같은 반노파의 공세를 ‘제2후단협’으로 규정하는 친노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의정연구센터’ `참정연’ `국민참여 1219’ 등 친노파들은 “대통령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이 아니고 차별화를 하겠다고 하면 같이 하기 힘들다”며 분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심지어 `국참 1219’는 대토론회를 갖고 “대통령 탈당을 거론한 안영근 의원 등에 대한 출당을 요구하겠다”며 아주 흥분한 상태다.
    특히 참정연은 지난 4월 전당대회에서 느슨한 연대를 유지했던 민평연과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는 판단아래 갈라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파의 이 같은 반격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소리가 좀처럼 자지러들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노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탈당결심을 이미 굳혔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당·청 갈등이 확산되면서 노 대통령의 마음이 이미 여당을 떠난 마당에 탈당은 절차적 문제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대통령이 소속 정당을 떠나는 일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먼저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YS의 비판과 `차별화’ 시도에 발끈,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탈당한 일이 있다.

    YS 역시 15대 대선의 신한국당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와 감정싸움 끝에 당을 떠나고 말았다.
    물론 DJ도 2002년 16대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민주당 일각의 `내치중단’ 요구를 받자 떠밀리듯 당을 떠났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전철을 밟는다고 해도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헌정사상 초유로 대통령 당선 때의 정당인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들어놓고, 그 당을 떠난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노 대통령의 호언대로 100년은 못가더라도 최소한 다음 총선까지는 버텨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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