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파업

    칼럼 / 시민일보 / 2005-11-03 19: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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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장관 김근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가임여성의 출산파업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며칠 전, 한 방송프로그램 저출산 토론에서 나온 말입니다.

    자유기고가인 그 여성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주고받는다고 소개했습니다.
    뜨끔했습니다. 그냥 하는 말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출산을 고민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정부적으로 저출산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약간 힘이 빠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출연한 생방송 토론이라 처음엔 좀 어벙벙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정말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정책수립과정과는 좀 다른 복잡하고 종합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문제 자체가 상당히 복합적이기 때문입니다. 고차방정식풀기라고 할까요?

    과거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던 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저출산 문제가 단지 사교육비나 보육시설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 못지않게 여성 스스로 자기실현을 하겠다는 욕구가 크게 높아진 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IMF 이후 부쩍 심화된 ‘과로형 직장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입니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제도와 정책은 물론, 사회적인 인식과 문화의 변화도 함께 이뤄야 합니다.

    출산은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출산을 축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말뿐인 축복’이 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데까지 밀고 나가야 합니다.
    방향은 그렇게 잡고 있는데 실제로 정책으로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예산 문제입니다. 출산과 보육, 육아에 대한 비용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모성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엄청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놓고 지금 정부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많은 토론을 하고 있고 머지않아 결론을 낼 생각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역시 부처 간의 ‘공조’입니다. 지금은 보건복지부에서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복지부의 정책 범위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재경부, 산자부, 노동부, 교육부, 여성부, 문광부 등 수많은 부처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외에도 극복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성 스스로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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