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의 두 세계

    칼럼 / 시민일보 / 2005-11-22 19: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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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한명숙의원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마주하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순정한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둘러보게 됩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뜻합니다. 파키스탄에 다녀왔습니다. 대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재민을 보며 같은 하늘아래 이렇듯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우리만큼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의 놀라움은 기실 그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11월23일 저희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의원회(APPCED) 한국 국회의원단은 대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파키스탄을 찾았습니다. APPCED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환경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46개국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협의체입니다.

    저는 APPCED 5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APPCED는 해 마다 한번씩 각 회원국을 순회하며 회의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올해의 개최국은 파키스탄이었습니다. 국제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파키스탄 정부는 무척이나 공을 들여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만 뜻하지 않은 강진으로 인해 아쉽게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한국 의원단의 파키스탄 방문 목적은 대지진의 재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파키스탄 국민을 위로하고 저희가 모금한 작은 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의 뜻에 선뜻 동참해 주셨습니다.

    우리 일행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이었습니다. 태국을 경유하여 무려 아홉 시간 반을 날아 온 셈입니다. 낯선 땅에 내린다는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숙소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습니다. 차창으로 바라본 이슬라마바드의 밤 풍경은 대체적으로 평온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슬람의 도시’란 뜻을 가진 이슬라마바드는 1967년 파키스탄의 공식 행정수도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지진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계획된 도시답게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어둠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이슬라마바드의 실체를 본 것은 다음날입니다. 많은 해외 도시를 여행해 보았지만 이슬라마바드의 도시풍경은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휘황찬란한 장식으로 갖은 멋을 부린 트럭, 버스, 자가용들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더군요.

    지진의 처참함을 예상하고 왔던 우리에게 이러한 평온함은 오히려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를 통해서 이슬라마바드는 단 두 채의 건물만 파손될 정도로 지진의 피해가 미미한 지역임을 알아야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 일행은 정말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참혹한 피해의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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