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강 의원님께

    칼럼 / 시민일보 / 2005-11-24 20: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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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저는 오늘 쌀 협상 비준안을 앞장서 통과시켰습니다.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그대로 있을 수가 도저히 없어서 이렇게 천둥지둥 가슴 속 말을 드려야 도리일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젯밤 의원회관 제 사무실에서 밤을 샜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만났던 관계 전문가들, 정부 관료들, 농민단체의 여러분들, 그들에게 들은 얘기들을 곱씹고 곱씹었습니다. 종합하면 요지는 이랬습니다. 사실 이번 비준안의 정확한 성격은 관세화 유예 협상안에 대한 비준이지요. 관세화야말로 수입개방을 뜻하는 겁니다. 따라서 수입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앞으로 10년 동안 의무수입물량을 쌀 소비량의 4%에서 약 8% 정도까지 점증해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반면 그에 따른 농업 종합 대책으로는 119조원을 투·융자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당장엔 농가부채 상환기간 연장과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우리 목을 죄어오는 현실에 대한 총체적 전략의 부재 상황이야말로 진짜 큰 문제이지요. 비단 쌀농사만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는 정확하게 모든 세상을 둘로 나눕니다. 경쟁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생산력으로 기능하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딱 나누어서 후자를 사정없이 도태시켜버립니다. 복지 혜택도 주지 말라고 합니다. 지원이나 육성 정책도 금지 대상입니다. 이것을 일국적 차원만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적용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입니다.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 군사력이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를 나누고 후자는 전자에 의해 가차 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 그들에게 코웃음거리에 불과합니다. 무서운 논리입니다.

    지금 강 의원님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무서운 논리에 우리가 꼼짝 못하고 끌려가는 무기력에 있는 것 아닌가 저는 짐작합니다.

    존경하는 강기갑의원님! 단식을 풀지 않으시겠다는 의원님의 결의, 좀 전에 전해 들었습니다. 감히 단식을 풀라, 말라 참견할 주제가 아닌 줄은 압니다만 의원님의 뜻이 정부여당의 대오각성과 농민들을 위한 후속 대책의 철저한 이행 준수에 있다면 비록 말석에 있으나 저부터 앞장서 그 뜻을 받들 것인 바, 부디 이제 몸을 추슬러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또 힘을 모아 저 신자유주의의 탐욕에 맞서 싸울 것 아닙니까? 헛똑똑이 세계화론자들에게 그래도 희망은 있고, 대안은 오직 실천 속에서만 완성되어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가르쳐 줄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리 잘 웃으시지도 않지만 가끔씩 웃는 백만 불짜리 소박한 미소를 저희에게 다시 보여주실 날,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을 해치지는 마시길 빌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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