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 누구 책임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5-12-12 20: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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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서울시장 외부인사 영입론에 대해 당내에서 출사표를 던진 현역 5인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당내 인사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현재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은 인사가 신선해 보이는 것은 단지 정치혐오에서 비롯된 일이다. 따라서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도 정치인과 한통속으로 취급돼 거품이 사라지고 경쟁력 또한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 흙탕물에서 뒹굴며 지금까지 생존해 온 사람들이 보다 경쟁력이 있다.”

    이들의 지적에 대해 필자도 동의한다. 지금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는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경실련이 17대 국회 2년차 의원입법 활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의원 발의 법안 중 무려 절반 이상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의원 발의법안 가운데 무려 53%가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미 상정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 한해 의원입법발의 건수는 총 1709건이다.
    이는 1인당 평균 5.7건을 발의한 것으로 15대(3.8건), 16대(7.0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가결건수는 총 72건에 불과해 가결률은 4.3%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17대 국회 들어 공동발의가 증가하고 있는데, 최다 공동발의자인 엄호성 의원의 경우 765건으로 하루 평균 2건 이상을 공동발의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공동발의한 법안의 대부분이 미가결로 남아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건수채우기식 법안발의가 남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법안통과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국민적 관심사인 공직자 재산형성과정의 소명을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 법률안’(김한길의원대표발의)의 경우 공동발의자가 185인으로 국회의원의 과반수 이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안 상정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여전히 가결되지 않고 있다. 공동발의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그나마 초선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기대할만 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실제 초선의원들은 재선이상의 의원들보다 1인당 평균 발의 건수가 2배일 뿐만 아니라, 가결률(4.3%)도 재선이상 의원들(3.8%)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역구 초선의원들의 경우 가결률은 무려 6.1%나 된다.

    이는 한마디로 지역구 초선의원들의 입법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 물갈이’를 주장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서울시장 외부영입론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혐오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국회의원들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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