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과 친북 반기마 무슨관계?

    기고 / 시민일보 / 2005-12-15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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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
    {ILINK:1} 1년 반 이상 끌어오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는 되었지만 뒷맛은 영 개운하질 않습니다. 의원들간의 볼썽사나운 몸싸움, 욕설, 멱살잡이의 소용돌이, 의장석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지는 후진적 추태까지, 지난 국회의 구태로 우리가 그렇게 극복하고 싶어했던 모습을 재연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그 와중에서 한 몫을 했습니다. 왜냐구요? 단 한석이라도 의석이 많은 다수당이고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입장에서 더 이상 끌려다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수당은 다수당다워야 합니다.

    정국을 주도하고 이끌고 가야 할 책임있는 여당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의회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저로선,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할 수만 있었다면 아무리 속이 썩어문드러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봄니다. 그렇게 하는 게 당연히 순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처럼 1년 반 이상을 기다리고 양보해도 아무런 진척을 이루어낼 수 없다면 이미 양보와 타협은 그 명분을 잃은 것이 아닐까요?

    대국적으로, 대승적으로, 기다리며 대화와 타협을 하려해도 절충점이 안 나올 때 다수당의 몫은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정치를 막을 수 있고 우리 정치도 업그레이드되는 것 아닌가요.

    역지사지를 아무리 해보아도 사립학교법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립학교법 통과직후 가진 대국민 성명에서 사립학교법을 통과시킨 목적이 “교단에 반미 친북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이라고 막말을 불사했습니다.
    박 대표 말대로라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국기가 뒤흔들릴 일이 곧 일어날 참이고 거기에 여당이 앞장섰다는 얘긴데요. 이런 국가적 위기를 예고(?)하고 나선 박 대표는 이제 사립학교법이 어떻게 반미, 친북 이념 주입과 관련이 있는지 알기 쉽고도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박 대표는 “전교조 손에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솔직히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이 말 자체는 사립학교법을 전혀 모르지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인데, 우리나라 제1야당의 대표이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중의 한사람이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치 실체적 진실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앞으로 전교조 교사에게도 이사회 참여의 길이 열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도적 가능성이 열린 것을 가지고 마치 우리나라 사학의 이사회가 송두리째 전교조 손아귀에 들어간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요?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냉정한 현실인식과 균형감각인데 이런 식의 침소봉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거기다 박 대표 말대로라면 개방형 이사 추천 당사자인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는 전교조 하수인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분들께는 어떤 말로 어떻게 해명하실 계획이신지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가 않습니다. 박 대표는 더 나아가 사립학교법개정안 통과를 “날치기 통과이고 원천무효”라고 했습니다. 의회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한 정당을 이끌고 있는 박 대표에게 묻겠습니다. 한나라당이 참여하지 않는 법안처리,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는 법안처리는 무조건 ‘날치기’입니까? 사립학교법은 이 법을 물리력으로 막으려고 억지를 쓴 한나라당 의원을 제외한 우리국회의 나머지 모든 정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들이 참여한 가운데 적법한 법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된 법입니다. 이래도 날치기 통과라고 우길 수 있습니까?

    이견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견이 있으면 별도로 수정안을 내든지 반대토론을 진지하게 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기주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반대논리도 개발하지 못하고 법안통과만을 지연시키는 사보타지 행위는 직무유기 아닙니까? 한나라당은 평생 야당만 할 것입니까? 만약 한나라당이 여당이 될 경우에도 이렇게 반대만을 위한 반대로 일관하겠습니까? 거꾸로 야당이 이런 식의 어거지를 쓰면 어떻게 할 것인지요?

    박 대표의 계속되는 무책임한 막말, 극한 발언을 보면서 솔직히 딱한 생각이 듭니다. “체제를 부정하는 법이다” “헌법을 무시한 법이다” “체제 전복을 조장하는 법이다.” 더나아가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라는 등등의 격한 말들은 평소 민생 정치에 전념하자던 박대표의 입장과는 어떻게 다른 것 입니까?

    이제 1년 반을 지루하게 끌어오던 ‘사립학교법 개정안 파동’은 많은 상처를 안고 일단 끝이 났습니다.
    보다 높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 지경까지 온 여당, 어거지 생떼쓰기 투쟁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야당, 모두 아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공과에 대한 최종판단을 국민의 몫 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조건없이 국회로 돌아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과 민생관련 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할 책임은 여야 모두가 의당 져야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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