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제독의 패전 극복기

    칼럼 / 시민일보 / 2005-12-25 19: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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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윤 성(한나라당 의원)
    1797년 넬슨은 영국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스페인의 은화를 확보하기 위해 테네리페 작전을 세우게 된다. 한밤중에 상륙하여 스페인의 항구도시 산타크루즈의 방어진지를 공격한다는 작전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넬슨의 병사들은 조그마한 상륙선에 나눠 타고 상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한 해류에 의해 상륙선들은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으며, 스페인군은 엄청난 화력으로 방어에 나섰다. 상륙선에 타고 상륙을 시도하던 넬슨은 오른쪽 팔꿈치에 총을 맞고, 함대로 복귀했으나 엄청난 출혈로 인해 마취제 없이 오른쪽 팔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넬슨에겐 치명적인 패배였다. 많은 병사들이 죽고 다쳤으며 자신은 한쪽 팔마저 잃어버린 채 초라한 모습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넬슨은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부상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고하고, 작전의 실패는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으며 용감히 싸웠던 부하들에게는 칭찬을, 부상당한 병사들에겐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넬슨의 행동은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렸으며, 부하 병사들에게서 한없는 신뢰를 이끌어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테네리페 작전의 실패는 승리를 갈망하며, 전쟁의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넬슨에게 육체적 충격과 더불어 엄청난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겪는 고통을 내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급 사령관들은 이런 넬슨에게 패전을 탓하기보다 그의 용맹스러움을 높이 평가하고 넬슨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병사들은 그의 인간성과 동료애에 감복하여 진정으로 그를 따랐으며, 상급자들은 그의 겸손과 용맹을 아꼈던 것이다.
    1794년 아부기르만 전투에서도 총탄이 눈 주위 이마를 스치면서 하얀 뼈와 피부가 드러났을 때, 넬슨은 부상자 수용실에서 자신을 치료해주고자 하는 군의관에게 ‘나 보다 용감한 동료병사부터 치료해 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지휘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따르지 않을 부하가 있겠는가?
    말도 어눌한 편이었고, 연설도 잘 못했지만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고 고통은 나눌 줄 아는 진정한 리더였다. 그런 넬슨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영국의 신화가 되고 있으며, 리더십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 어떤 지도자가 있는가? 실패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할줄 아는 지도자가 있는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고,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눌줄 아는 지도자가 있는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따르고 싶을 만한 지도자가 있는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나라가 어려운 것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없고 국민들과 언론이 협조를 하지 않아 실패를 겪고 있다고 통탄하고 있는 대통령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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