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드리는 글

    기고 / 시민일보 / 2006-01-16 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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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춘(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대통령의 ‘탈당’ 관련 언급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우리당의 의원들과 당원들은 심란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하고 대통령님과 우리 당원들 모두의 진정을 하나로 모아볼까 하는 의도에서 이 공개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차기 후보에게 부담을 안주기 위해 임기 말에 탈당해 온 전례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도 정당들의 비루한 가지치기, 근본에서 일탈한 생존논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록 과거형이든 미래형이든 대통령의 탈당은 정치지도자로서 무책임한 행위가 될 것이므로 결코 있어서는 아니될 일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당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성공을 희구하는 사람들의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통령께 비판적인 당원들까지도 이 점에서는 하나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지난번 대연정파문 때나 이번의 개각파문 때 대통령께 불만과 비판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일부의 비난처럼 차기 선거만 생각하거나 감정적 불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믿든 안 믿든 그런 문제들이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성공에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 했던 게 사실입니다. 비록 서로간의 코드 장애나 일시적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께서 우리당을 떠나 어떤 사람들과 정치를 하고, 남은 임기동안의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의 이유는 우리당이 백년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백년을 해로하기도 어려운 게 요즘 세상인데 백년정당 정도는 못 지켜도 그만인 약속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당마저 서로의 차이를 용인하지 못하고 또 흩어져 버린다면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극복할 기회는 한참의 세월동안 요원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완전한 정당은 아니지만 그나마 우리당이 있어 과거정치를 극복할 희망이 존속되는 게 아닐까요?
    완벽하게 의견이 통일되는 민주정당이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정당이 일시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안에 따라 의견이 분화되기 마련이고 내부투쟁에 휩싸이는 것이 우리가 보아온 동서(東西)의 정치사입니다. 다만 하나의 조직을 조직이게 하는 최소한도의 예의와 금도만 지킨다면 내부투쟁은 독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또 우리당의 많은 의원들이 대통령께 대한 고언과 비판에 나서는 것은 대통령이 이 나라의 통치자이기 때문이요,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이 나라와 열린우리당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우리당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 하는 정당이 아니라 어떤 풍랑에도 가벼이 휩쓸리지 않는 당의 자주성과 중심을 확보하자고 주장합니다만 그것과 대통령이 탈당하는 문제와는 차원과 근본이 다른 사안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당 의원들에게도 대통령 탈당을 거론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서로 맘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지, 혹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는 식의 자유로움에만 경사되어서는 이 나라와 우리당의 운명이 어찌될 지 참으로 암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철학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 실행방법과 접근론에 있어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당이 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라 좀 티격태격한들 그게 뭐 큰 대수이겠습니까? 이제 집권 4년차에 들어가는 임기 후반부의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의 무거운 책임을 떠안고 있는 우리당 사이에 큰 차원의 역할 분담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은 정치를 주도하고 대통령께서는 남북문제를 비롯한 외교문제와 양극화해소 등의 대통령 어젠다에 총력을 집중하면 될 것입니다.
    당은 한편으로 정치 주도, 다른 한편으로 당이 지지하는 대통령 어젠다에 대한 충실한 지원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는 민주정당답게 한식구로서의 비판과 견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양자 모두가 성숙하게 토론하고 인정하는 전통을 세웠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한마디 덧붙이고자 합니다. 얼핏 듣기로 대통령께서 당이 정히 당신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면 떠나주겠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설령 나중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각종 선거를 앞둔 당의 진로를 어렵게 만들더라도 우리당은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국정지지도와 당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일을 대통령과 함께 도모함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야당을 하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으나 우리당이 당장의 잇속 때문에 대통령을 팽개치는 그런 근본없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통령께서 퇴임 후에도 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하여 축하연설을 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당이 백년정당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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