廣場은 열려 있어야 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3-08 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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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광장(廣場)이라면 당연히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광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을 폐쇄하고 말았다. 서울시가 서울시청 앞 광장을 재벌기업에게 ‘자릿세’를 받고 팔아넘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시는 지난달 27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행사의 민간 주관사로 SKT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시청 앞 광장의 독점적 사용권을 민간기업에 넘기고 말았다.
    이로 인해 시청 앞 광장은 말만 광장이지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굳게 닫힌 광장 아닌 광장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재벌기업에게만 개방되는 광장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서울시민의 광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면서 그것을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영마인드’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 큰일 아닌가.
    이 시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만에 하나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대한민국 땅덩이를 대상으로 돈벌이 수단을 삼으려 들면서, 그것을 ‘이명박 대통령의 경영마인드’라고 우긴다면 어찌 할 것인가.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일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의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을 원하는 시민은 서울시로부터 승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료도 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시민일보가 조례 제정당시부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큰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 시위는 48시간 전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서울시의 조례는 7일 전에 사용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광장조례는 상위법인 집시법에도 위배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광장조례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회는 허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광장을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제공하면서도 조례를 근거로 주관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는 점을 실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뒤늦게나마 문화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대응하자면,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린다. 어쩌면 월드컵 경기가 다 끝난 다음에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서울시 스스로 이른바 ‘작은 집시법’이라고 불리는 ‘광장조례’를 폐기하고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특히 월드컵 길거리 응원행사 민간 주관사로 SKT 컨소시엄을 선정한 것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에 하나 서울시가 그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SK가 스스로 광장의 사용권을 포기하고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어떨까?
    모쪼록 서울시와 SK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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