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에도 전략이…

    칼럼 / 시민일보 / 2006-03-21 17: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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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당 안팎에서 난데없는 쓴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두 분의 유력한 당내 대선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앞다투어 쓴소리를 내뱉더니 지난 3월17일에는 쓴소리 경연장까지 마련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당내의 기류를 한껏 부풀려 ‘무기력한 한나라’ ‘휘청거리는 한나라’‘뿌리채 흔들리는 리더쉽’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공천잡음 등으로 당이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쓴소리들이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도부의 입장에서 볼때 소통의 부재, 인의 장막, 정책기능의 약화 등등 당의 운영과 관련된 쓴소리들은 마땅히 약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는 무분별한 쓴소리들이다. 이러한 쓴소리들은 겉으로는 애당을 내세워도 그 결과는 해당으로 귀결된다.
    당장 듣기에는 괴롭지만 그것이 뼈아픈 자성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도독 한다는 것이 쓴소리에 담긴 미학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미학의 차원이다. 미학을 선거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외부의 초청강사가 쓴소리를 하는 것은 미학의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내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거나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고 쓴소리를 마구 내뱉는 것은 선거의 abc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행태이다.
    당의 명운이 걸린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을 대선필패당으로 규정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무슨 무슨 모임을 애당적 차원에서 감싸기만 해야 하는가? 당에 대한 부채의식은 한켠에 접어둔채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소장파라는 이름으로 아껴주기만 해야 하는가?
    성추행당도 모자라 대선필패당으로 스스로를 규정해 버림으로써 대중의 조롱거리가 되는 행위가 무슨 쓴소리인가? 이것은 명백한 해당행위이다. 공천권을 지방으로 다 내려보낼 정도로 중앙당을 개방하고 당의 구심점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당내 권력을 분산시켰는데 한나라당이 개방이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구시대적 정당이라고 비판하는 행위를 쓴소리로만 받아들여야 하는가?
    더군다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략수립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분이 당이 전략부재로 선거에서 패했으며, 그 후에도 백서조차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을 넘어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는 대단히 비전략적인 행위이다.
    이것이 진정한 애당인가? 한나라당의 리더십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뿌리채 흔들고 있는가? 둘 다 아니라고 믿는다. 각자가 경계하여 당의 중심을 바로 세우자. 합심하여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사랑을 받자.
    그것이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한 제1명제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22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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