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칼럼 / 시민일보 / 2006-03-28 18: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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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국회의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가난한 하숙생 라스코르니코프는 전당포 주인 노파를 아무 쓸모없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해한다. 노파 속에 투영된 자신의 부정적 모습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결국 그 노파와 별로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의 오만과 독선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도덕적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남을 부도덕하다고 공격함으로써 자신이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1999년 10월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주최로 국제 시민운동(NGO)대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 외국NGO들도 초청됐고 TV방송사들은 이 행사를 큰 뉴스로 취급했다. ‘비정부기구’인 NGO를 정부가 지원하는 이유와 배경이 궁금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00년 1월, 국내의 400여개 NGO 단체는 ‘총선 시민 연대’를 발족시키고 그 해 4월로 예정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천ㆍ낙선운동을 펼쳤다. 각 방송사들은 이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시간을 할애해 방송하면서 이들을 격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법원은 2001년 1월 이들의 낙선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확정판결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도 같은해 8월 ‘총선연대의 낙천ㆍ낙선 운동을 금지하는 현행 선거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낙천ㆍ낙선 운동을 시작하면서 “유권자의 눈과 귀를 막고 손과 발을 얽매어 놓은 현 선거제도와 관행이 지속되는 한 유권자를 소외시키는 정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박정희시대나 1980년대 전두환 시대라면 모르겠지만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에 이른 시절임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후보자에 대해 유권자는 모르지만 자신들은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평등정신의 부정이며 독선의 전형적 모습이다.
    시민단체들은 환경운동이나 나눔운동 등을 통해 우리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앞서서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면 이것이 과연 시민단체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두 가지 장치로 가동되며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전제 위에서 절제된 이기주의를 통해 타인의 이익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약속이다. 남의 허물을 보기 전에 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해주어야 잘 돌아가는 제도이기도 하다.
    독선은 누구나 보유하고 있는 인간의 불행한 유전인자다. 끊임없는 성찰로만 독선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 혹시 독선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이글의 전문은 정몽준 의원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29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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