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또 수구타령?

    칼럼 / 시민일보 / 2006-04-17 19: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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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한나라당이 후보자에 대해 ‘철저한’ 사상 검증을 하겠다며 북한 관련 인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총리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국정운영 능력이나 자질을 짚어보고 확인하는 일에는 관심도 없고 상투적인 사상검증을 통해 흠집내기를 하겠다는 계산입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1979년의 소위‘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당시 북한방송을 청취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총리 후보자의 전력이 총리업무 수행에 큰 결격사유라는 논리입니다.

    한 총리 내정자의 이름이 거론되던 초기, 한나라당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당적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 과정 어디에서도 총리 지명자가 ‘자질이 부족’하거나 ‘전력이 문제’되어서 부적합하다는 문제제기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한나라당에서 다시‘케케묵은 사상 전력’ 논란을 일으키려는 것은 수구·복고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런 시대착오적 사상공세는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얼마전 전 한나라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씨는 “2007년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재출범을 막아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한나라당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구·냉전 정당’의 이미지를 ‘학실하게’ 보여주는 듯 합니다.
    우리 속담에 ‘듣기 좋은 꽃노래도 세 번이면 짜증난다’고들 합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동서장벽이 무너지고, 이땅에 민주화가 이룩되고, 이렇게 수십 성상이 지나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 한나라당에게 묻고 싶습니다. 북한 방송 한번 들었다고 천인공노할 대역죄인으로 모는 원시국가·야만국가·미개국가가 다름아닌 우리나라라고 전세계에‘광고할 일’ 있습니까? 누워서 침뱉기는 아닐는지요?

    군사독재시절 정권안보를 위해 무고한 사람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고 인권탄압하던 그때 그시절이 못내 그리운 것인지요? 한나라당은 지금이‘탈이념의 시대’라는 것도 부인하십니까? 한나라당이 원컨 원치 않건 역사는 발전합니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인 사상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묻지마 식 사상 매도’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한나라당의 입장은 이해됩니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일련의 공천 ‘매관매직 게이트’는 국민이 공직자에게 갖는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게 했습니다. 공천 댓가로 수억씩 주고받는 공천 비리가 전국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면전환용 카드가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했을 겁니다. 또다시 꺼내들 수 밖에 없었던 ‘전가의 보도’가 사상공세, 색깔공세, 이념공세의 칼이겠지요.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바로가면 어떨런지요?

    <위 글은 시민일보 4월 1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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