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참여정부는 지지리도 운이 없는가 보다. 경기가 살아날 만하면 꼭 대형 사건이 터지곤 한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대형사건을 터뜨림으로써 경기를 하강시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지하다시피, 참여정부가 집권한 기간 내내 국내경기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 터졌던 SK글로벌 사태가 여기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에(2003년 4월2일) 내가 썼던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 간 경제위기 하나’라는 글의 내용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지난 3월11일 SK글로벌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투신사 수익증권에 대한 환매 요구가 급증하고 회사채 금리는 하루만에 0.65% 포인트나 올랐다.
환율은 2월 말 1194원에서 3월13일에는 1246원으로, 그리고 3월19일에는 1257원까지 뛰었다.
주가지수도 3월17일에는 515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였다.
2002년 말 1.23%에서 금년 1월 말에는 1.17%를, 2월 말에도 1.28%를 기록하여 비교적 안정적이었었는데,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직후인 3월11일에는 1.72%까지 치솟았으며, 주말에는 한 때 2%를 넘어선 적도 있었다.
사실, 가산금리가 2%라면 말레이시아나 태국은 물론이고 필리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정도면 이미 크레딧라인이 축소 또는 폐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제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채권회수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SK글로벌 수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쉽게 증명해줄 것이다.
이제는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마당에 이와 비슷한 대형사건이 또 하나 터졌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구속 사태가 그것이다.
이번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자본이 파업하고 있다’는 특집프로를 내보낸 뒤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이 그 유사성을 더욱 키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다른 재벌보다 해외공장 건설에 앞장섰고, 이 현대자동차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그 전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KBS 특집 프로에 등장한 이후에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적이 있었다. 이것 역시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마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가 불러올 경제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점이 자꾸만 엉뚱한 상상을 하게 한다. 더욱이 위의 KBS 특집프로는 대통령이 ‘국가경제를 살릴 책’인 것처럼 거론했던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을 바탕으로 엮어진 내용이어서 이런 엉뚱한 상상을 불렀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이 책이 정책적으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르겠다. 이미 ‘대통령이 거론한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이라는 글에서 밝혔듯이, 논리적 오류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사실과 다른 얘기들까지 등장시켰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KBS 특집프로는 이 책의 저자들인 장하준과 정승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무슨 대단한 진리나 해결책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사태로 인해 국가경제가 벌써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내 걱정은 태산 같다.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하강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야 할 정도이다.
사실, 석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 대에서 70달러 대까지 올라올 동안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눈앞에 닥쳐온 것처럼 줄기차게 떠들었지만 우리 경제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환율이 2001년 1326원에서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지는 사이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살아남을 기업이 하나도 없을 것처럼 줄기차게 떠들었지만, 수출은 잘만 나갔고 국제수지도 매년 흑자를 기록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것들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의 파급효과는 이것들과는 달리 매우 심각할 것 같다.
만약 국내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면 참여정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만약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하강으로 돌아서면 그 파장이 엄청나게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 내 걱정은 마냥 커지기만 한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체적인 상승세를 유지해왔던 주식시장이 큰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가 대체적으로 순매도를 해온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그 순매도 물량을 모두 소화해주었고, 그렇게 해줌으로써 상승장세를 주도해왔다.
이런 상승장세가 우리 경제에 만연했던 비관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고, 국내경기도 드디어 상승국면을 전환했다.
그러나 만약 국내경기가 다시 하강으로 돌아선다면 기관투자자가 얼마나 버텨줄 지는 의문이다. 만약 기관투자자까지 버텨주지 못하면 주식시장은 하락장세로 돌아설 것이고, 이 경우에는 기관투자자의 투자수지는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만, 국내경기의 하강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가 우리 주식시장을 앞으로도 줄기차게 받쳐준다면, 위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국내경기도 조만간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여전히 최소한 7%는 넘고, 이것이 국내경기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꾸준히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전 상황이 제발 연출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책당국에게 이를 미래형으로 권고해두고자 한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주지하다시피, 참여정부가 집권한 기간 내내 국내경기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 터졌던 SK글로벌 사태가 여기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에(2003년 4월2일) 내가 썼던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 간 경제위기 하나’라는 글의 내용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지난 3월11일 SK글로벌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투신사 수익증권에 대한 환매 요구가 급증하고 회사채 금리는 하루만에 0.65% 포인트나 올랐다.
환율은 2월 말 1194원에서 3월13일에는 1246원으로, 그리고 3월19일에는 1257원까지 뛰었다.
주가지수도 3월17일에는 515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였다.
2002년 말 1.23%에서 금년 1월 말에는 1.17%를, 2월 말에도 1.28%를 기록하여 비교적 안정적이었었는데,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직후인 3월11일에는 1.72%까지 치솟았으며, 주말에는 한 때 2%를 넘어선 적도 있었다.
사실, 가산금리가 2%라면 말레이시아나 태국은 물론이고 필리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정도면 이미 크레딧라인이 축소 또는 폐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제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채권회수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SK글로벌 수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쉽게 증명해줄 것이다.
이제는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마당에 이와 비슷한 대형사건이 또 하나 터졌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구속 사태가 그것이다.
이번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자본이 파업하고 있다’는 특집프로를 내보낸 뒤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이 그 유사성을 더욱 키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다른 재벌보다 해외공장 건설에 앞장섰고, 이 현대자동차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그 전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KBS 특집 프로에 등장한 이후에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적이 있었다. 이것 역시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마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가 불러올 경제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점이 자꾸만 엉뚱한 상상을 하게 한다. 더욱이 위의 KBS 특집프로는 대통령이 ‘국가경제를 살릴 책’인 것처럼 거론했던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을 바탕으로 엮어진 내용이어서 이런 엉뚱한 상상을 불렀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이 책이 정책적으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르겠다. 이미 ‘대통령이 거론한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이라는 글에서 밝혔듯이, 논리적 오류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사실과 다른 얘기들까지 등장시켰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KBS 특집프로는 이 책의 저자들인 장하준과 정승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무슨 대단한 진리나 해결책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사태로 인해 국가경제가 벌써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내 걱정은 태산 같다.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하강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야 할 정도이다.
사실, 석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 대에서 70달러 대까지 올라올 동안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눈앞에 닥쳐온 것처럼 줄기차게 떠들었지만 우리 경제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환율이 2001년 1326원에서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지는 사이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살아남을 기업이 하나도 없을 것처럼 줄기차게 떠들었지만, 수출은 잘만 나갔고 국제수지도 매년 흑자를 기록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것들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의 파급효과는 이것들과는 달리 매우 심각할 것 같다.
만약 국내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면 참여정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만약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하강으로 돌아서면 그 파장이 엄청나게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 내 걱정은 마냥 커지기만 한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체적인 상승세를 유지해왔던 주식시장이 큰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가 대체적으로 순매도를 해온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그 순매도 물량을 모두 소화해주었고, 그렇게 해줌으로써 상승장세를 주도해왔다.
이런 상승장세가 우리 경제에 만연했던 비관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고, 국내경기도 드디어 상승국면을 전환했다.
그러나 만약 국내경기가 다시 하강으로 돌아선다면 기관투자자가 얼마나 버텨줄 지는 의문이다. 만약 기관투자자까지 버텨주지 못하면 주식시장은 하락장세로 돌아설 것이고, 이 경우에는 기관투자자의 투자수지는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만, 국내경기의 하강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가 우리 주식시장을 앞으로도 줄기차게 받쳐준다면, 위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국내경기도 조만간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여전히 최소한 7%는 넘고, 이것이 국내경기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꾸준히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전 상황이 제발 연출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책당국에게 이를 미래형으로 권고해두고자 한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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