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님께

    칼럼 / 시민일보 / 2006-05-07 19: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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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봄이 완연히 오는듯 하다가 잠시 시간이 겨울로 돌아가는 듯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오늘도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국가의 미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계시겠지요.

    날씨가 갑자기 거꾸로 가는 듯하더라도 자연의 섭리는 막을 수 없듯이 봄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봄맞이에 대한 기대 속에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만큼 서늘한 소식을 들어 이렇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5일 있었던 학생들과 교수들 간의 마찰로 인해 19일에 교무위원회에서 관련된 학생 7명은 출교, 5명은 유기정학, 7명은 견책에 처하는 징계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최근 고려대와 통합된 보건대의 학생들에 대한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에 대한 논란이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들의 폭력성만 부각시키는 보도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학생들의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는 주장은 정당한 요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통합과정에서 고려가족이라면서 가족간의 끈끈한 애정을 언급하고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약속하고서 정작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가장 중요한 단체 중 하나인 학생회 선거에 투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교수님들이 주장하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고대생만 떠들어라’등의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말을 듣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가슴 아팠을 보건대 학생들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고려대는 매년 4월18일에 4.19혁명을 기념하는 마라톤대회를 수십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19혁명의 정신이란 민주주의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 이며 그 민주주의는 그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와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 선거에서 그 구성원들의 투표권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는 너무나도 자명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학생들의 과도한 대응이 모두 잘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정상의 다소 무리한 점이 있더라도 대화로 설득하고 논의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출교라는 조치는 퇴학보다 더 강력한 재입학 자체가 불가능한 가장 강력한 징계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행동이 그만큼 무섭고 악질적인 행동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 학생들은 삭발을 하고 다시 학교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처신에 있어서 과도한 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육자로서의 넓은 마음과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먼저 설득하고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미래와 대학내 민주주의의 정착,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시한번 깊이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그럼 깊은 고민과 넓은 이해 속에서 봄소식만큼 이나 따뜻한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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