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가 만능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5-11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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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5.31 지방선거는 미쳤다.

    정말 “미쳤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공천장사하고 매관매직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끄떡없는 것이야 말로 마술”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한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우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너무나 크다. 그러다보니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고 보자’는 심리가 유권자들에게 팽배해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전까지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을 추격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현재까지 양당간의 지지도 격차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일 여론조사전문 기관인 TNS에 의뢰해서 실시한 정기 격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은 지난주 대비 1% 포인트 상승한 35.4%의 지지를 얻어, 20.6%의 열린우리당을 약 15% 포인트의 격차로 제쳤다. 민주노동당은 8.4%, 민주당은 5.3%, 국민중심당은 0.7%를 기록했다.

    고조흥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과 박계동 의원의 몰래 카메라 파문 등 추가로 발생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통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한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 있다. 그동안 보여온 집권당의 무능함과 오만이 유권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
    여당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말바꾸기,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해도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 ‘흠집내기’라며 역공만 당하고 있다.
    실제 강금실 진영이 오세훈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을 본격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웠지만 오 후보는 이를 ‘네거티브’라며 피해가고 있다.

    오 후보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한 신문사주최 토론회에서도 같은 모습을 취했다. 오 후보가 잇따른 TV 토론회에 참여해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장시간 노출되면서, ‘말바꾸기’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시민 패널들로부터 심하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혼쭐이 날 일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지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이른바 ‘매니페스토’ 만능주의 탓이 강하다.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의 정책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매니페스토는 이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니페스토 운동과 함께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또 다른 시민운동이 병행돼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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