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천수이볜

    칼럼 / 시민일보 / 2006-06-04 18:52:40
    • 카카오톡 보내기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우리나라가 5.31 지방선거의 결과로 떠들썩했던 지난 1일, 대만에서는 천수이볜 총통이 가족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진보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하여,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천수이볜은 그 인생역정이 노무현 대통령과 매우 흡사하여 곧잘 비교되던 인물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천수이볜 총통의 뚜렷한 공통점 하나는 바로 포퓰리즘을 이용하여 집권하였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 없이 공허한 개혁만을 외치다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아 한계에 다다른 지도자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포퓰리즘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선악과(善惡果)와 같은 것이다. 지금 당장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이분법적(二分法的)인 논리로 국민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인기영합에만 치중하게 되어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 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싫은 이유가 무능이 31.5%, 독선이 21.6%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자신의 목소리를 국민들이 들어주기만을 강조하고,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자신의 충정을 알아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오만이자 독선이다. 게다가 지난 2일 ‘정책홍보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에서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주체가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 “선거에 졌다고 해서 역사의 역할이 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망발인가? 선거의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에 나온 이러한 주장을 접하면서,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는 대통령과 여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자세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또한 수신제가(修身齊家)도 하지 못하면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욕심냈던 지도자라는 점에서도 아쉬움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혹독한 민심을 확인한 노무현 대통령과 가족의 부정부패로 인해 명목상의 지도자로 전락해서 허수아비가 된 천수이볜 총통을 국민들이 측은지심으로 감싸줄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멀리 보고 준비하자.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하다”며 현실로 나타난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하여 더더욱 안타깝다.

    이번 선거의 교훈을 금새 잊은 채, 또 다시 국민에 읍소하고 감정에 호소하여 동정론을 일으키려 한다면 마지막 남은 국민의 기대마저도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릇 지도자란 넓은 도량(度量)과 혜안(慧眼)으로 자신을 희생시켜 대중을 끌어안아야 하는 자리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천수이볜 총통이 부디 남은 임기동안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로 국민 앞에 정직하게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5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