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양심’…너무 심했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6-14 20: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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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13일 밤 이천수의 동점골에 이어 터진 안정환의 역전골.

    우리나라와 토고전이 열린 이날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감격에 휩싸였다. 너 나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우리는 하나가 됐다.

    특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한마디로 ‘흥분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낯모르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한 채 목청이 찢어지도록 승전가를 부르며, 흥에 겨워 ‘덩실 덩실’ 온몸을 흔들어 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버려진 수많은 양심들로 인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버려진 응원도구와 깔고 앉았던 신문지, 음료수 깡통 등으로 인해 붉은 물결이 수놓았던 아름다운 거리와 서울광장은 한순간에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태평로를 지나가야 하는 차량들은 쓰레기 더미를 피하느라 ‘엉금엉금’ 기어 다녀야할 정도였으니, 그 광경이 오죽했겠는가.

    게다가 인근 상가에서 은근 슬쩍 내다버린 생활쓰레기까지 더해져 서울광장의 몰골은 처참할 지경이었다.

    물론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 몇 몇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그 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아예 쓰레기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만일 경기 종료와 함께 서울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바삐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지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할 노릇이다.

    이날 중구청은 환경미화원 등 120여명을 동원해 새벽 5시까지 서울광장 청소 작업을 벌였으며, 무려 100여톤의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이는 불과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그 때는 참 대단했었다.

    당시 AP, AFP 등 주요 외신과 CNN, BBC, ESPN 등 각국의 방송들은 일제히 한국의 4강 신화 창조를 긴급 타전하는 동시에 붉은 악마와 전국민의 열광적인 길거리 응원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외신들은 우리 응원단이 열광을 하되, 질서정연한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자신의 쓰레기를 흔적 없이 치우는 대한민국의 길거리 응원문화에 세계가 주목한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말할 것도 없이 거리응원이 대기업 주관의 행사로 바뀌면서 시민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2002년에 비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식이 서울시의 상업적인 사고에 의해 실종되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서울시민들은 보다 성숙해 질 필요가 있다. 서울시와 대기업이 월드컵 응원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우리 시민의식마저 똑같이 천박해질 이유는 없지 않는가.

    2002년의 영광을 우리 태극전사들이 재현해 주기를 바란다면, 응원도 그때와 같이 열광하되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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